(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추진하는 정부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TPP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환율 쏠림에 대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개입 상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외환 당국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 5일 뉴질랜드 재무부가 공개한 'TPP 회원국 거시경제 정책 당국의 공동 성명'을 보면 12개국의 통화·재정 당국은 환율 절하 경쟁을 방지하기로 합의하고 외환시장 개입 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협정문은 환율에 대한 적정한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해 현물 및 선물환 시장 개입을 적어도 분기별로 공표하기로 했다. 또 선물환 포지션을 포함해 외환보유액 정보도 월별로 공개하고 환율 문제를 논의할 토론회(포럼)도 1년에 한 번씩 갖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한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공동 성명이 TPP 협정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경쟁적 환율 절하를 막고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구성과 환시 개입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약속이 병행 성명(parallel declaration)에 포함돼 있다면서 당사국과 신규 가입국은 이 성명에 서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공동 성명은 미국 정부가 의회 통과를 목적으로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의회와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차기 대선주자들은 일본, 중국 등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자 의도적으로 환율을 절하하고 있다며 연일 비판하고 있다.
다만 이 합의가 TPP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으며 합의를 어기더라도 무역상의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맹점이다.
그간 TPP에 강한 환율 제재를 넣으라는 압박을 주도했던 자동차업체 포드는 "환율 포럼은 현 상황을 바꾸는 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공동 성명이 TPP 범위 밖이며 환율 조작을 막을 국제 규범을 강화하는 분쟁 조정 체계를 만드는 데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동 성명은 TPP 참여를 준비하는 우리 정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끊임없이 한국의 환율 조작을 문제 삼고 있다. 최근에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환율 조작 문제를 명문화하려고 해 우리 정부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쏠림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환시를 주시하고 있고 악화일로인 수출을 의식해 환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동 성명은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이라며 "TPP 가입에 따른 득실을 종합적으로 따질 때 하나의 고려 사항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