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채권 '외면'…환헤지 시장의 연못 속 고래>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지만, 전통적인 투자대상인 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은 늘리지 않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들은 9일 기존의 100% 환헤지 원칙을 적용하는 상황에서, 헤지 비용 부담 등이 해외채권 투자비중을 당초 목표보다 줄인 이유라고 밝혔다.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헤지 여건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선뜻 채권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해외투자 확대 천명한 연금…채권은 '제자리'
국민연금은 앞서 2020년까지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30% 이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자산운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연금은 운용계획에서 2020년 말 해외채권 비중을 5% 내외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는 2016년 해외채권의 비중은 전체 자산 중 4%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해외채권 비중이 4.6%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중을 더는 늘리지 않는 셈이다.
연금이 지난해 발표했던 2019년 말까지의 중장기 자산운용계획 대비해서는 비중이 큰 폭 줄어들었다. 연금은 당시 해외채권 비중을 10% 미만으로 설정한 바 있다.
연금은 대신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연금은 당초 2019년 말 해외주식 비중을 15% 이상으로 설정했지만, 올해 계획에서는 이를 20% 이상으로 올려 잡았다.
◇환헤지 부담…채권투자 여건도 악화
연금 관계자들은 해외채권의 목표 비중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환헤지 부담과 악화되는 채권투자 여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금은 해외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100% 환헤지를 원칙으로 한다. 대부분 3개월 이하 단기 외환(FX)스와프로 헤지한다. 연금의 해외채권 투자잔액은 작년말 기준 약 21조5천억원에 달했다. 작년말 달러-원 환율인 약 1,100원을 적용하면 200억달러 가량으로 이미 FX스와프 시장에서 독보적인 수급 주체인 셈이다.
연금의 한 관계자는 "연금이 이미 연못 속의 고래인 상황에서 해외채권 투자가 늘 경우 환헤지 비용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며 "지난 2008년과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헤지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험도 있었던 만큼 환헤지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큰 반면 한국은행은 완화적인 통화정책 유지한다는 방침인 등 향후 헤지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 금리가 오르는 데 우리나라 금리가 상승하지 못하면 스와프포인트는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 환헤지를 위해 스와프시장에 '바이&셀'에 나서야 하는 연금 등 국내기관의 헤지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 등에서는 해외채권 투자에서도 환헤지 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권고하기도 했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지난 7월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서 "채권투자도 신흥국인지 선진국인지 국가별 구분에 따라 일정 부분 환헤지를 안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의 같은 관계자는 "헤지 비중을 줄이자는 의견 등도 있었지만, 채권투자에서는 환리스크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보수적인 의견도 완고하다"고 덧붙였다.
연금의 다른 관계자도 "해외채권의 비중이 줄어든 데는 환헤지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며 "채권투자 헤지 비율 변경에 대해서는 결론이 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연금 관계자들은 채권 투자 여건이 이미 악화된 데다, 향후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도 비중을 줄이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연금이 지난 6월 밝힌 최근 5년간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해외채권은 6.61%에 그치며 해외주식 8.82%와 해외대체 9.65%에 못 미쳤다. 장기 저금리로 선진국 국채 등 안정성이 높은 채권에서는 좀처럼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만간 미국이 금리를 올리며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면 해당 기간 동안 채권 수익률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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