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 1주년-③> 상하이 시장은 새 이정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상하이 원-위안 시장은 우리나라 금융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원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의 투자대상으로 첫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원화가 현물환으로 해외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된다는 의미다.
상하이 원-위안 시장이 열리면 비거주자의 원화에 대한 직접 투자가 가능해진다. 중국 기업으로부터 위안화 결제를 받은 국내기업들도 중국내 은행이나 현지법인 등을 통해 바로 위안화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 서울 '스펙 위주', 상하이 '실물량 위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위안 직거래가 열린 지 1주년을 맞았다. 시장 조성기간이었던 만큼 시장참가자는 대부분 마켓메이커 은행이었다. 중국계은행과 국내 메이저은행들이 원-위안 직거래를 이끌며 하루 20억~5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서울환시에서 거래된 원-위안의 대부분은 은행들이 포지션을 갖고 하는 스펙 거래(Speculative Trading)였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위안화 실수요는 사실상 하루 5억 달러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달리 상하이 원·위안 시장은 기업 실수요를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내 외환시장 특성상 스펙 거래를 잘 하지 않는다고 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중국 내 이종통화 거래량 역시 별로 크지 않다. 일평균 유로-위안 거래량이 2억2천만달러, 엔-위안 거래량이 1억7천만달러 정도다. 규모로 보더라도 거의 기업 실물량 중심으로 외환 거래가 이뤄지는 셈이다.
한 환시 참가자는 "국내 원-위안 직거래와 상하이 직거래시장은 완전 다른 시장으로 봐야 한다"며 "중국에서는 위안화 환율 변동, 국내는 원화 변동성에 환율이 좌우될 수 있어 커버가 쉽지 않은데다 거래규모 차이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원-위안 직거래의 경우 아직 90% 이상이 시장 조성기관의 스펙 거래라 시장이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며 "위안화 변동성이 높아지면 거래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시장참가자는 "상하이시장은 기업 실수요 차원에서 위안화 무역결제에 대한 편의성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 외환시장의 경우에는 포지션 거래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 원화의 국제무대 데뷔, 왜 상하이일까
원화의 첫 국제화 무대가 된 상하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이라는 장점을 가진 곳이다. 상하이는 외환거래센터(CFETS)를 중심으로 시장조성자들끼리 거래하는 제한된 외환시장이 형성돼 있다.
자본의 입출입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는 셈이다. 아울러 마켓메이커들 간의 은행간 거래만 허용돼 있는 만큼 당국 차원에서 거래 당사자를 파악하기에도 용이하다.
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투기 세력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변수다.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는 그나마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통화로 꼽혀왔다. 외국환거래 규정상 비거주자 거래가 막혀 있어 투자하고 싶어도 아무나 투자할 수 없는 통화였던 셈이다.
그런 만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어떤 모습으로 거래될지는 향후 원화 국제화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신중범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 "상하이 시장에서는 마켓메이커 사이의 은행간 거래만 허용돼 있어 원화 국제화에 따른 시스템을 정비하기에 중요한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은행 딜링룸 "상하이 원-위안, 이체수수료로 큰장"
시중은행은 상하이에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국내 은행들의 위안화 관련 비즈니스 기회가 얼마나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위안 직거래를 통한 수익은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향후 수수료 수익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은행 관계자는 "원·위안 직거래 자체에서 생기는 수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청산은행 선정 여부 등이 불투명한 상황이나, 만약 청산결제은행이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청산은행이 되면 인민은행 망을 통해 대행자로서 위안화를 돌리게 되므로 이체 수수료 수익이 꽤 클 것"이라며 "중국내 은행간 시장에서 외환파생업무 리더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원-위안 시장에 대한 큰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 은행은 물론 당국도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단계다. 그런 만큼 상하이 원-위안 시장이 열리면 얼마나 큰 장이 설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국내은행이 오히려 외국계은행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도 원-위안 직거래를 그동안 시도해 본 적이 있고,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된다면 충분히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면 청산은행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위안 시장을 오픈한다면 중국, 홍콩, 한국에 비즈니스망을 잘 갖춘 외국계은행이 더 잘할 가능성도 있다"며 "언제 어떻게 상하이 시장이 형성될지 불분명한 만큼 시장의 형태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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