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ECB, 결단할까
(서울=연합인포맥스) 결단의 시기가 왔다. 유럽중앙은행(ECB)입장에서다. 3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있다. 추가 완화를 할 것인지 이날 결정된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20일 물가상승 목표(2%)에 미달하면 추가 부양책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Do what we must)"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그가 모종의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는 배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까지 "ECB가 통화완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 내수가 위축될 것으로 점쳐지는 등 유럽의 경제회복세가 전체적으로 식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ECB가 12월에 추가완화를 행동에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ECB가 쓸 수 있는 대책이 20가지도 넘는다며 군불을 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ECB가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BNP파리바는 -0.4%까지 예금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물게 된다는 의미다. 수수료를 내고 중앙은행에 맡기지 말고 시중에 돈을 빌려주라는 것이 이 정책이 가진 뜻이다.
금융시장 변수들도 추가 완화쪽이다. 유럽 각국의 주가는 돈 풀기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추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유로화는 달러와 등가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ECB가 완화정책을 가속화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부터 금리를 올린다면 두 지역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 '1유로=1달러'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유럽 내부의 필요성과 달리 ECB의 추가 완화 계산법은 복잡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월부터 시작될 미국의 금리인상을 염두에 둬야 해서다. 미 금리인상이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유럽의 완화책이 가세하면 달러 강세-유로 약세의 진폭이 깊어질 수 있다.
유럽으로선 반가운 일이지만, 달러 강세의 악영향 때문에 고민이 많은 미국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일이다. 미국의 정책 변수를 고려한 ECB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대목이다.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 일정을 보면 ECB 통화정책 회의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 시기가 촘촘히 붙어 있다. 양측의 정책에 따라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ECB로선 먼저 칼을 뽑을 지, 미국이 하는 걸 봐서 나중에 뽑을 지 신중히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CB의 12월 회의는 그러한 전략의 일단을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다. 드라기가 강력한 어조로 완화정책을 예고했으나, 유럽 내 19개 국가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어떻게 취합해 자신의 말을 이행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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