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 닛케이, 파이낸셜타임스 인수 뒷얘기>
  • 일시 : 2015-12-01 14:15:59
  • <'막전막후' 닛케이, 파이낸셜타임스 인수 뒷얘기>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글로벌 금융·미디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닛케이)신문의 파이낸셜타임스(FT)그룹 인수는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미디어 산업 역사에 남을 이번 인수는 3년 전인 2012년 12월3일 보내진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고 니혼게이자이는 1일 전했다.

    편지를 보낸 이는 당시 사장이었던 기타 쓰네오(喜多恒雄) 현 닛케이 회장으로 수신자는 FT의 모회사였던 피어슨의 수장이었다.

    쓰네오 회장은 서신에서 "지금 당장 (FT를) 매각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경우 광범위한 협력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가 FT 인수 의사를 전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지만, 그 해 가을 FT 매각설이 시장에서 이미 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의사 표시를 할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기자 출신이었던 마조리 스카디노 당시 피어슨 최고경영자(CEO)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FT를 팔 수 없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스카디노의 퇴임이 결정되자 언론에서는 'FT 매각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들끓었다.

    하지만 피어슨은 선뜻 매각에 나서지 않았다. 스카디노 CEO의 후임인 존 펄롱 피어슨 CEO는 억측이 불거지는 것을 우려해 기타 회장과의 만남을 주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FT로의 접근이 결코 즉흥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08년 봄 사장에 취임한 기타 회장은 반 년 후 리먼 쇼크에 직면하게 됐지만 큰 걱정거리는 따로 있었다.

    일본에만 머물러서는 성장할 수 없으며, 이대로 멍하게 있다가 저출산·고령화의 물결에 삼켜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당시 전무였던 오카다 나오토시(岡田直敏) 현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점찍어둔 상대는 FT였다. 닛케이는 M&A 자금 조달을 준비해두기 위해 오래 알고 지낸 대형은행의 수장에게 "만일의 경우에 부탁드린다"는 얘기도 먼저 해뒀다.

    피어슨 측에 서신을 보낸 3개월 후인 2013년 3월 존 리딩 FT CEO가 일본을 방문했고, 닛케이는 편집 및 영어교육 등과 관련해 포괄적 제휴를 체결했다. 우선 피어슨과 FT와의 연결고리를 확대하자는 게 닛케이의 목적이었다.

    이후 점차 사업협력은 심화됐다. 신문은 "FT 경영진들이 기타 회장과 오카다 전무에게 '전략적 파트너십의 기초는 개인적 신뢰관계'라고도 말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피어슨이 FT 매각 방침을 굳힌 것은 올해 6월이다. 당시 톰슨로이터와 블룸버그, 악셀 슈프링어 등 미국과 유럽의 미디어 그룹들이 쟁쟁한 후보로 꼽히고 있었다.

    역시 FT 인수 의사를 전한 닛케이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FT의 핵심 간부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닛케이가 좋다'는 말을 하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그간 만남을 피해왔던 펄롱 피어슨 CEO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화로 이야기할 시간을 내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었다.

    전화로는 상대에게 본심을 전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타 회장은 7월20일 런던으로 날아갔다.

    런던에 도착한 기타 회장에게 펄롱 CEO는 "인수 후 FT를 어떻게 운영할 예정이냐"는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기타 회장은 "당연히, 편집권 독립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즉답했다.

    1박3일의 긴박한 출장에서 돌아온 23일, 거래를 담판지을 국제 전화 회의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펄롱 CEO는 "닛케이로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액은 약 8억4천400만파운드(약 1조4천700억원)였다.

    11월 마지막 날 템스강 옆에 위치한 FT 본사에서 인수 절차를 마친 기타 회장과 리딩 FT 회장은 악수를 나눴다. 영국에 서신을 보낸 지 1천여 일 만이었다.

    jhmoon@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