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조기 완화론 부상…"안하면 구로다 신뢰 타격 우려">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은행이 추가 금융완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올들어 일본 증시가 대폭 하락하고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아베 정권의 근간인 '아베노믹스'가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30달러 아래로 떨어진 유가 급락세로 정부와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고 있는 디플레이션 탈피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추가 완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저점이 보이지 않는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부와 여당 뿐만 아니라 일본은행 내에서도 완화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 일본은행 간부는 "저유가에 따른 물가 하락으로 사람들이 '물가가 오르기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한다면, 추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1일 참의원 결산 위원회에 출석해 "(시장의 혼란이 경기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주시해 나갈 것이며, 2%의 물가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주저없이 정책 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같은 날 "구체적인 금융정책은 일본은행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본은행이 (상황을) 잘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이 오는 29일 발표하는 경제·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기존 1.4%에서 '0%대 후반~1% 정도'로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은 작년 10월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물가 예상치를 기존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신문은 2%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는 시기도 '2016년(2016년 4월∼2017년 3월) 하반기께'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당초 일본은행에서는 봄 무렵까지 물가 흐름을 파악한 이후 신중하게 추가완화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연초 이후 나타난 금융시장 동요가 실물 경제에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0일 한때 115엔까지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작년 마쓰다자동차가 120엔, 도요타가 115엔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한만큼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엔화 강세가) 디플레이션 탈피의 열쇠인 임금과 설비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일본은행의 조기 추가 완화론이 급부상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본은행이 조만간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구로다 총재의 정책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의 코다마 유이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일본은행이 추가완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거나,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상을 시장에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예상되는 추가 완화책으로는 연 80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10~20조엔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연 3조엔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본은행의 대규모 매입으로 국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조치를 꺼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기는 예금에 대한 금리를 인하하거나 지방채와 같이 지금까지 매입 대상이 아니었던 자산을 포함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가 하락·엔화 가치 상승이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발생한 만큼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가 효과를 거둘지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추가 완화로 엔화 강세·주가 하락에 일단) 제동이 걸린다고 해도 저유가와 글로벌 주가 하락이 가속화된다면 완화 효과도 사라져 갈 것"이라며 "일본은행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시장이 볼 경우 오히려 엔화 강세나 주가 하락 속도가 빨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의 간노 마사아키 이코노미스트도 "일본은행이 '이번이 마지막 완화'라는 인식을 심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리엔털 이코노미스트 리포트의 리차드 카츠 선임 에디터는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단행하면 (현재) 완화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일본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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