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에 웃고 옐런에 실망…공은 구로다에>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향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명쾌한 힌트를 내놓지 않자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는 비둘기파적이지만 3월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만큼 비둘기적이지는 않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3월 추가 양적완화 검토 발언에 고무됐던 시장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에 미온적인 스탠스에 다소 실망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29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 결정 회의 결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 "비둘기 같긴 한데 왠지 찝찝하다" = 지난 27일(미국 시간) 연준은 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새로운 문구를 넣었다.
연준은 주식시장 약세와 유가 하락 등과 관련해 "이러한 요인들이 노동시장과 물가상승률,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12월에 새로 추가했던 '통화정책 기조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것'이라는 문구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시장은 연준의 비둘기파적인 성향보다 다음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힌트가 없었다는데 더 주목했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1~2%대의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도시마 이츠오 경제 전문가는 "주식 시장은 '비둘기'보다 '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연준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모니터링하고 있긴 하지만 3월 FOMC까지 2개월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지금 보류 사인을 보낼 수 없다는 고민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포린익스체인지어낼리틱스도 성명서에 대해 "지금의 경기둔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닌지 연준이 판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CNBC는 "시장에서는 연준이 경제와 금융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는 점을 두고 3월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사인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도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에 우호적인 상황이 나타나기만 한다면 연준이 오는 3월 두번째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존 브릭스 전략담당 헤드는 현재 금융시장이 3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25%로 보고 있는데 대해 너무 확률을 낮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은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watchful) 있으며 이는 상황을 걱정하고(worried) 있다는 것과 분명 다르다"며 "(3월 금리동결 및 인상) 확률을 50대 50으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 구로다 총재, 시장 기대에 부응할까 = 연준에서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시장 참가자들은 당장 내일로 닥친 일본은행의 결정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3번째 바주카포를 꺼낼지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일본 증시가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하고 달러-엔 환율이 한때 115엔대로 하락하는 등 아베노믹스 효과가 거의 사라져 가는 마당에 일본은행이 아무런 조치를 꺼내지 않을리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구로다 총재가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수위 높은 발언을 꺼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 측근이나 일본은행 전 고위 관계자들도 추가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혼다 에쓰로 내각관방참여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상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있다는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나라면 (이달)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라고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이 발언이 전해진 후 달러-엔은 118엔대 후반으로 상승 반전했고, 닛케이225 지수도 초반 약세에서 벗어나 반등했다.
지난 26일에는 이와타 가즈마사 전 일본은행 부총재가 "리먼 쇼크나 유로존 위기에 견줄 상황"이라며 "추가 완화를 단행할 객관적 여건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만약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단행한다면 연 80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을 10조~20조엔 늘리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조치로 꼽힌다.
또 채권 매입 대상에 지방채·공사채를 포함하거나 연 3조엔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5조엔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구로다 총재가 난색을 표하긴 했지만 금융기관이 일본은행에 예치하는 예금에 대한 금리를 마이너스로 하는 정책도 고려할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섣불리 추가 조치를 꺼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의 이코노미스트들 가운데 8명은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를 해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왔을때 일본은행이 쓸 수 있는 정책이 없다고 인식될 수 있어서다. 다이와증권의 노구치 마이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나쁜 일이 발생하면 BOJ가 도울 것이란 기대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회의 후 발표하는 물가·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16회계연도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가 기존 1.4%에서 0.9%로, 2017년도 전망치는 1.8%에서 1.6%로 하향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신선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자체 물가지표를 정책 목표로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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