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 기대 후퇴에 엔화 강세…구로다 바주카포에 찬물>
속타는 구로다 BOJ 총재, 연일 추가 완화 발언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엔화 가치가 다시 급등하고 일본 증시가 하락하면서 '구로다 바주카포' 효과가 벌써 희미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과 위험회피 분위기 재확대가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구로다 총재의 극약처방 효과를 제압하고 있다.
정책 효과가 일주일을 채 지속하지 못하자 구로다 총재의 속도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미온적인 시장 반응을 의식한 구로다 총재는 필요시 마이너스 금리폭 확대도 불사하겠다며 발언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지만, 시장은 정책 효과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구로다 총재는 교도통신이 주최한 행사에서 "필요한 경우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며 "금융완화 수단에 한계는 없으며 국채 매입도 충분히 확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한) 일본은행의 노력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며 "중앙은행이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이상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 "목적(달성)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경우 새로운 수단이나 틀을 만들면 된다"고도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자산매입에 한계는 없으며,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필요시 더 대담한 정책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2차 금융완화 정책 발표 때와는 달리 엔화 약세·주가 강세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정책 한계에 부딪쳤다는 의구심이 커지자 적극 해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의 강경 발언에도 일본 금융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신통치 않다.
닛케이225 지수는 3일 3.15% 급락한데 이어 4일에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지수는 장중 한때 16,941.88까지 밀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달러-엔 환율은 간밤 뉴욕장에서 107.06엔까지 밀렸다가 117.70엔으로 마감했다. 4일 아시아 환시에서는 초반 118엔대를 회복하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117엔대 후반으로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물가상승 기대감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10년만기 국채금리와 같은 만기의 물가채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BEI는 0.42%포인트로 마이너스 금리 발표 이전인 0.54%포인트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융정책 앞에서 일본은행이 속수무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즉, 아무리 일본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담한 조치를 꺼낸다고 해도 미국 경기침체 논란과 이에 따른 금리인상 지연, 국제유가 급락, 중국 성장 둔화 우려와 같은 해외 리스크의 악영향을 방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즈호은행은 "미국 금융정책이라는 시장의 거대한 테마를 일본은행이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이 지난 24시간동안 명확해졌다"고 논평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잇따른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고, 이는 달러-엔 환율을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이 됐다.
3일(미국시간) 공급관리협회(ISM)는 미국의 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3.5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 2월 이후 최저치로 시장 예상을 밑도는 결과다.
고용지수는 56.3에서 52.1로 떨어졌고, 지불가격지수는 46.4로 4.6포인트 하락해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가격이 둔화되면 연준의 금리인상은 한층 어려워진다.
설상가상으로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금리인상 연기를 시사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최근 경제 동향이 (통화정책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예의 주시(watchful waiting)해야 할 필요성을 키웠다"고 말했고,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융 여건이 3월 FOMC때까지 그대로라면 통화정책 결정에 이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세계 금융시장의 매도세가 미국 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연준의 다음 조치가 금융완화일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엔화 매도에 나섰던 투기세력의 리스크 감내 수준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 일본의 금융정책 방향성 차이를 재료로 한 엔화 약세·달러 강세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은 5일(미국시간) 발표되는 미국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수가 30만명을 넘는 등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인식이 지속되리라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는 "구로다 총재가 금융정책 수단의 이노베이션(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 발언의 진가를 묻는 국면이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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