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시개입에 칼 뽑나…韓 환율정책 '희생양'될 수도>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한국의 환율정책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이 한국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크면서도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자국통화를 절하시키는 국가에 직접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발효시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BHC 수정법안 검토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환율조작국에 제재를 가하는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BHC 법안)'의 수정법안을 발효시킬 예정"이라며 "한국과 대만 같이 경제규모가 작고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한 나라부터 제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환율조작국 제재하는 'BHC 법안' 가시화
BHC 법안은 미국의 '무역촉진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 2015)' 중에서 '제7편 환율조작'에 담긴 교역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을 통칭하는 것이다. 지난해 의회를 통과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절차만 남겨놓았다.
BHC 법안의 골자는 미국의 교역국 중에서 환율개입(의심) 국가에 대한 분석을 확대하고 이의 통상과 투자 부문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나라가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면 이를 수출보조금을 주는 것과 같은 불공정 무역행위로 간주해 피해규모 등을 조사하고, IMF와 WTO를 통한 국제사회 제재뿐 아니라 통상·투자 부문에 미국이 직접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미국이 교역국의 불공정한 무역에 대한 보복조치를 담은 법안인 '슈퍼 301조'의 외환 버전인 셈이다.
현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만 앞두고 있는 이 법안은 서명 즉시 발효된다. 발효시 6개월 내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면 즉시 제재에 들어간다. 제대 대상에 오르면 해당국에서 진행하는 모든 신규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의 자금 지원이나 보험·보증이 중단된다. 해당 국가의 제품·서비스를 미국 연방정부에 공급하는 것도 금지된다.
◇ 미국의 환시개입 경고에 막대한 경상흑자 부담
문제는 한국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외환정책에 대해서 수차례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반기 환율보고서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다소 낮췄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환율보고서에서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한국이 원화 절상을 막고자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 당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줄여야 하며,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환경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부터 서울외환시장에서 당국도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이 과도하게 급등락할 때를 제외하면 좀처럼 서울환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외환당국도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이 발생할 때 시장 안정을 위해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한해 시장개입에 나설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무려 1천59억6천만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7%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세계적인 저유가 현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 한국에 대한 시선이 좋을 리 없다. 더욱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비중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경연도 경제규모와 여러 가지 국제정치의 지형 등을 고려할 때 중국과 이스라엘보다는 우리나라와 대만처럼 경제규모가 비교적 작고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한 나라가 첫 번째 대상국이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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