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의 기록적인 달러 매수에 서울외환시장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하루 평균 20억달러 이상씩 역외 매수가 대대적으로 유입되면서 역외 주문을 처리한 은행이 다른 은행과의 신용한도를 넘겨 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도 속출했다.
또 일부 은행은 자체적인 NDF 거래 한도를 넘어설 정도로 주문이 몰리면서 이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중이다.
◇'수건돌리기'식 역외 매수…라인 막히고 자체 한도 차기도
22일 외환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역외는 지난주 110억달러 이상 폭발적인 달러 매수세를 집중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평균 20억달러 이상씩 달러 매수 주문이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특히 지난 18일과 19일 등 주 후반에 매수 강도가 한층 세졌다.
최근 역외 매수는 특이한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역외 시장 참가자들이 전반적으로 매수세긴 하지만, 매 거래일 한두 개 정도 은행에 매수세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다.
예를들어 당국의 구두개입이 단행된 지난 19일에는 호주계 한 은행과 유럽계 은행 한 곳이 달러 매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에는 미국계 한 은행이 두드러졌고, 앞서 17일에는 스위스계 은행이 독주했다.
이밖에 영국계 한 은행도 종종 역외 매수가 집중되는 은행으로 거론된다.
이처럼 일부 은행을 통해 대규모 역외 매수 물량이 처리되면서 환시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현상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지난 19일의 경우 역외 물량이 집중된 한 은행은 다른 은행과 현물환 거래 한도가 차면서 신용한도를 늘리려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17일 스위스계 은행의 달러 매수가 집중됐던 날도 일부 은행과 거래 한도를 넘겨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통상 은행은 각각의 거래 상대방과 거래할 수 있는 파생상품 및 현물환 한도를 정해 놓는다. 평소 거래가 많지 않은 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맺은 한도가 작고, 갑자기 역외의 대규모 매수가 유입되면서 이를 넘기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또 일부 은행은 자체적으로 정해 놓은 NDF 포지션 한도를 넘기는 초과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스와프시장을 통해 DF(Deliverable Forward)포지션으로 전환하거나,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서울에서 주문을 처리하지 못하고 해당 은행의 다른 지점이 역외 시장에서 달러를 사는 일도 있었다.
◇매수 배경 소문 무성…당국 개입 효과 우려도
역외가 이처럼 대규모의 달러 매수 물량을 평소 보기 어려운 패턴으로 집중시키면서 환시에서도 배경을 두고 각종 추정이 난무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추정은 일부 대형 펀드가 몇몇 은행을 번갈아 가면서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이 현물 채권 매도에 이서 NDF 매수를 통해 추가 헤지에 나서고 있다는 추정에서부터 핌코 등 다른 주요 펀드의 달러 매수설도 제기된다.
A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대형 펀드도 특정 은행과 거래 한도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몇 개 은행에 분산해 매수 주문을 꾸준히 내놓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규모 등을 볼 때 템플턴 외 다른 주체를 가정하기 어려운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역외, 그것도 리얼머니 중심으로 달러 매수가 지속하면서 당국의 구두개입 및 실개입도 자칫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역외 매수의 주된 목적이 롱베팅이 아니라면 당국 개입을 의식해 포지션을 꺾을 필요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B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일단 1,240원선은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하지만 최근 역외 매수가 헤지나 자금 인출을 위한 실수요 성격이라면 당국 개입이 낮은 레벨에서 달러를 살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