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시 "'원화약세' 장기화…수출부진 보면 답나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은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도 수출에 우호적인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23일 수출 감소폭과 내수 경제 부진이 깊어져 달러-원 환율이 상승 기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달러화 급등에 당국이 강한 환율 방어 의지를 피력했으나 공격적인 방향 전환은 제한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올해 1월 한국의 수출액은 366억2천3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8.8% 준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2월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221억6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3% 줄었다고 발표했다.
당국도 수출 부진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전국 세관장 회의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회복세가 지속되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실물경기 둔화, 주력제품 경쟁력 약화로 지난달 수출이 전년대비 18.5% 감소했다"며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작년에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을 올해는 반드시 다시 살려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수출 부진에 경기부양책 절실…"달러-원 고점 아직"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의 나홀로 약세가 경기부양책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정책 기조 속에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고 있어 글로벌 투기 세력들 입장에서도 원화 약세 베팅이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재 유진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보고서에서 "미국 달러 가치와 중국 위안화가 안정된 가운데 유로존 은행 불안 및 국제유가 하락세도 진정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최근 달러화 급등은 한국경제 고유의 불안요인에 의한 나 홀로 상승의 성격이 강하다"며 "한국 정부가 수출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심화를 완화시키기 위해 원화 가치의 완만한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높으며,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도 투기적 달러 매수가 달러화 급등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2월 수출액이 1월에 이어 깊숙한 침체를 지속한 데 주목하면서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론 최근 달러화 급등은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의 유출이나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2월 1일부터 20일까지 일평균 수출은 16.4억달러로 전년동기비 20.4% 감소했으며 1월보다 감소 폭이 확대됐다. 이는 정부 입장에서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절실함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외환딜러들은 중장기적인 달러화 상단은 여전히 1,250~1,300원대라고 내다봤다. 현재 달러화 레벨이 올해 고점 수준에 다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원화 약세 용인에 대한 여지도 남아있는 셈이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주요 외국 IB에서도 올해 달러화 1,300원 고점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당국도 지난 19일 종가 관리 차원에서 한 차례 더 공격적으로 매도 개입 물량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총알'을 비축하는건지 달러화 상승이 내심 나쁘진 않은 건지 당국의 스탠스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B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기본적으로 당국의 스탠스는 속도 조절로 보고 있다"며 "급등시에만 방어한다는 기조다. 수출 감소폭을 봤을 때 여전히 당국도 올해 연말 달러화 눈높이를 현재보다는 높게 두고 있을 것이다"고 추측했다.
이상재 팀장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올해 고점은 1,250원으로 보고 있다"며 "달러화가 급등했다 급락하면 수출 개선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에 1,200원대 중반에서 장기적으로 안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원화 약세, '소버린 리스크' 경계와는 달라
글로벌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전망이 소위 '소버린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달러화가 상승하더라도 물가 불안이 크지 않고 한국 펀더멘털상 위기 상황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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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중국과 한국의 CDS 프리미엄 추이 *자료: 연합인포맥스>
한국의 부도 위험을 반영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하락해 한국 경제의 신용도 자체는 높게 유지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연합인포맥스의 국가별 CDS 프리미엄 추이를 보면 전일 뉴욕금융시장에서 5년물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은 전일보다 1.59bp 떨어진 69.68bp를 기록했다. 중국의 CDS 프리미엄은 2.61bp 떨어진 133.63bp을 나타냈다. 수치가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재 팀장은 "외국인 자금유출 유형을 보면 채권형 자금은 빠져나갔지만 주식은 유출되다 다시 유입되는 등 진정되는 양상이다"며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해 역외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팔고 있다는 해석보다는 한국이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외 달러 수요가 들어오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원화 하락을 용인할 수밖에 없는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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