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은행(IB)들이 FX리포트를 통해 내놓은 원화 관련 내용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230원대로 상승하면서 원화의 기조적 약세를 전망하거나 종전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IB들도 부쩍 늘었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는 지난 19일 FX리포트에서 달러-원 4분기 전망치를 1,270.00원에서 1,295.00원으로 높였다. 환율 1,300원을 불과 5원 앞둔 레벨이다. 이들은 1분기 전망치는 1,225.00원에서 1,250.00원으로, 2분기와 3분기는 1,275.00원, 1,285.00원으로 각각 25원, 15원씩 상향 조정했다.
JP모간은 외국인 증권자금 이탈과 한국투자자의 해외투자에 따른 자금유출에 주목했다. 부정적인 자금흐름 환경이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상향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JP모간은 '과도한 원화 변동성'과 이미 높아진 환율 수준을 고려할 때 당장 신규로 롱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권하지는 않았다.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자금이탈 우려가 단기간에 높아진 달러-원 환율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지난 22일 FX리포트에서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상향했다. 달러-원 3개월과 12개월 전망치를 모두 1,250원으로 설정해 종전의 1,220.00, 1,240.00원보다 높게 잡았다.
CS는 4월까지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경상수지 부진으로 역외 자금유출에 더욱 취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술적 분석으로도 원화 약세가 현재진행형이라며, 단기적으로 1,250.00원, 오버슈팅되면 1,280.00원까지도 열려 있다고 봤다.
해외 IB들의 환율 전망치 상향조정은 시장의 시선이 원화 약세 쪽으로 기울었음을 반영한다. 지난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올해말 1,300원 전망치를 내놓을 때만 해도 과도한 레벨이라는 인식이 우세했으나, 연초 달러화가 1,230원선을 상향 돌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더욱이 프랭클린템플턴의 채권자금 이탈과 수출 부진이 겹치면서 수급상 원화 강세요인이 현저히 약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금융기관마저 1,300원 전망에 가세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달러-원 환율이 내달 1,250원선, 연내 1,300원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재부각, 한국 수출대상국 경기 부진에 따른 수출 수요 약화 등이 원화 표시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달러-원 환율 1,300원 전망에 힘이 실리는 데는 외환시장 전반에 깔린 불확실성이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기조와 달리 덴마크,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의 25%가 마이너스 금리로 향하는 소위 '가보지 않은 길'에 접어든 탓이다.
원화뿐 아니라 세계 각국 통화들이 이미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우려에 영국 파운드화는 1.40달러를 밑돌며 7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달러-위안 고시환율은 지난 1월초 6.51위안을 웃돌아 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대만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 다른 아시아통화들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고 내려왔다.
외은지점의 한 외환딜러는 "원화 약세는 미국 금리 인상, 우리나라 수출 부진,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 등 글로벌 요인과 국내 펀더멘털 악화가 합쳐진 데 따른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안가본 길을 가는 상황에서 달러-원 환율이 한달 만에 40원 넘게 오른 만큼 연말 1,300원 환율이 불가능한 높은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