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활성화, 금융위기 때 '환율 데자뷔' 되나>
(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서울외환시장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한 이 제도가 달러-원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서다.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9일 중국 증시불안 등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인 상황에서 해외투자 활성화방안이 기대했던 효과보다 부작용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위기 때와 너무 닮은 정부 행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풍만 맞았던 트라우마가 이번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서울환시의 진단이다.
해외투자 활성화방안에는 이날 시행된 해외펀드 비과세를 비롯해 연기금의 해외투자 확대, 국내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등이 포함됐다.
당초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방안을 마련한 것은 해외투자를 늘려 중장기적으로 일본처럼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외환시장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정부가 해당 방안을 구체화된 시기도 달러-원 환율이 1,000원을 위협하는 시기였다.
정부는 지난 2007년에도 해외투자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에는 과도한 환헤지로 의도한 '달러 퍼내기' 효과도 얻지 못하고 단기외채만 늘렸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대규모 환차손까지 유도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맞물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이탈하는 것도 문제다. 달러-원 환율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달러 퍼내기를 통해 달러-원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해외투자 활성화방안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달러-원 환율 상승기와 겹쳐 정부의 입지가 좁아졌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27억달러 순매도해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았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하는 외국인 채권잔고도 2월부터 100조를 밑돌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이달에만 3.56% 오르며 1,240원을 넘어섰다. 자본 이탈이 달러-원 상승을 유도하고 환율 상승이 다시 자본 이탈의 빌미가 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
◇해외 IB도 걱정
해외투자가 활성화가 달러-원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는 표면화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 24일자 보고서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의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공적기금들에 경상수지 흑자를 (자본수지로) 재활용하라고 장려함에 따라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당국이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으로 굳이 원화 약세를 유도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 같다"며 "이른바 G2 리스크가 살아 있어 달러-원이 상승일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위기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2007년과 달리 금융 불안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분별력 있는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7년 트라우마를 감안할 때 지역별, 국가별 쏠림도 피해야 한다. 우리가 신흥국이라고 해서 신흥국에 또 투자하는 것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지역별, 스타일별 분산투자가 제1법칙"이라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상황만 보면 해외투자 유인이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봐서 순투자국이 되면 수익성도 높아지는 것이니 상황에 따라 경제 주체들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해외투자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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