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바둑대결에 '로봇딜러 등장할까' 환시담론>(상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인공지능이 인간과 바둑대결을 펼칠 정도로 생활 속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1차 대국에서 인간을 이길 정도로 학습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지능 바람은 이미 금융시장에서도 불고 있다. 증권사들은 물론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인공지능 투자자문 시스템인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컴퓨터화된 거래방식인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10일 서울환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국내은행과 외은지점 딜링룸 중 현재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적용해 거래하는 곳은 없다.
국내은행 중 KB국민은행만 유일하게 선제적인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도입한 경험이 있다. KB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전담하는 직원 2명을 채용해 뉴스, 이벤트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테스트 거래에 나섰다. 그러나 2년여만에 거래를 접어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정 KB국민은행 트레이딩부장은 "금융위기 전 유동성이 적은 시장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시도했으나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안정적인 운용을 해야 하는 은행 비즈니스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다양한 로직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최근 전세계적으로 은행의 프랍트레이딩에 대한 자본 규제가 이뤄지면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어떤 모양으로 성장할까. 장외시장인 서울환시에 당장 등장하지 않더라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주가지수선물, 달러선물 등 장내시장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옥스퍼드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일자리의 47%가 컴퓨터에 대체되거나 형태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내놓았다. 논문은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도 알고리즘이 의사결정(decision-making)을 하거나 인간 트레이더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환시 일부 참가자들은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비롯한 인공지능이 점점 다양하게 개발된다면 환시의 유동성을 키우고, 거래를 투명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한 외은지점 전무는 "주식거래도 지점에 직접가서 하던 방식에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바뀌었듯 딜러가 수작업으로 주문을 내는 방식인 우리 외환시장도 차츰 시스템상 자동으로 헤지되는 식으로 바뀌면 유동성이 엄청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켓메이킹을 할 때 개인이나 고객사에 전화로 일일이 응대하는 부분을 E-플랫폼으로 하는 식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제대로 도입되려면 빅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존해 거래가 이뤄지는 서울환시에서 통계를 분석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트레이더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초만 보더라도 북핵실험, 프랭클린 템플턴 자금이탈 등 다양한 변수들이 시장심리를 흔들어 놓으면서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로 환율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장외시장인 외환시장은 차트나 통계만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당국 개입 등의 정보 자체가 비대칭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이라면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런 정보를 추정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된다면 모를까 현시점에서는 어려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한 외은지점 부대표도 "해외에서 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도 외환트레이딩과 따로 부서를 두고 하는 식이고, 기계가 다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매니징을 해야 한다"며 "시스템이 점점 개발되면 딜러가 줄기는 하겠으나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딜러를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일일이 입력된 정보에 의존하지 않고, 컴퓨터가 사물을 분별하고, 학습한다는 점이다. 이세돌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이 주목받는 것도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원리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넘어 이런 인공지능 시스템이 트레이딩에 도입된다면 로봇에 의한 트레이딩은 그리 먼 일은 아닌 셈이다.
또 다른 환시 참가자는 "알고리즘은 아무리 복잡하게 짜도 고양이, 개를 구분 못하겠지만 딥러닝 방식은 사람 얼굴도 인식하는 기술"이라며 "비용이 비싸다는 점만 해결된다면 로봇딜러 도입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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