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매도 개입이 환율조작국 지정 피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우리나라가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해갔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에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적극 나섰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의 칼날을 피하면서 시장 변동성 관리를 제약받는 상황을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하면서 앞으로도 시장 개입에 대한 점검을 통해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이 통화정책 등을 통해 달러 가치를 조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외환정책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흥국 불안發 달러-원 급등에 매도 대응…'전화위복'
미국 재무부는 30일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중국과 일본, 독일, 대만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 대부분이 포함됐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의 전 단계인 심층관찰대상국 지정 조건으로 연간 200억달러 이상 대미 무역흑자, GDP 3% 초과 경상흑자, GDP 2% 이상의 달러 매수개입 등을 달았다.
우리나라는 이 중 대미 무역흑자 및 경상흑자 조건을 충족했지만, 달러 매수 개입 규모에서는 해당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우리 당국이 GDP의 약 0.2% 가량의 달러 매수 개입을 단행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 3월까지 우리 당국이 260억달러 가량 달러 매도 개입으로 원화가치 하락을 방어한 점이 과거의 비대칭적인 달러 매수 개입과 달라진 패턴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달러 매도 개입이 아니었다면,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심층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위험도 적지 않았던 셈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5월 중 1,066원선까지 내렸다가 하반기 이후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다른 신흥국 불안으로 반등 흐름을 타며 9월 중에는 1,200원선 위로 치솟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에는 중국 위안화 절하 및 금융시장 불안, 채권 자금 이탈 등이 겹치며 2월에는 1,240원선 위까지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지난 2월에는 약 4년5개월여만에 처음으로 달러-원 상승을 저지하는 구두개입과 함께 대규모 실개입도 단행하는 등 달러 매도 개입 우위 스탠스를 이어왔다.
이에따라 지난해 6월말 630억달러 가량이던 당국의 선물환 매수 포지션은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말에는 약 520억달러, 올해 2월말에는 433억달러 가량으로 급감했다.
외환보유액도 지난해 6월말 3천748억달러에서 올해 3월말에는 3천689억달러로 감소했다.
주요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글로벌달러인덱스가 지난해 6월말 95.547에서 올해 3월말 94.683으로 오히려 소폭 약세고 보유액의 이자수익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액 규모에서도 달러 매도 개입의 흔적이 발견되는 셈이다.
◇급한불은 껐지만…향후 평가 부담은 지속
심층관찰대상국 지정을 면하면서 당국의 행보에도 단기적으로는 숨통이 틜 전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심층관찰대상국 지정 등을 예상해 형성됐던 달러 매도 포지션의 단기적인 손절매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는 앞으로 당국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은 관찰대상국의 외환시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교역촉진법은 또 올해 10월15일 및 이후 매 6개월 간격으로 환율보고서를 내놓을 것을 명시했다.
미국은 이번에도 우리나라에 "무질서한 금융시장 환경에 처했을 때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며 "중기적인 원화가치 상승은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선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
외국에 빼앗긴 일자리를 찾아오자고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 경선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듯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타국 환율절상 압력은 앞으로도 강화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올해도 960억달러 가량에 달하고 내년에도 800억달러 흑자 등으로 대규모 흑자 기조가 구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달러-원 지난 2014년 중순 이전과 같이 기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가 형성되고, 당국도 과거처럼 꾸준히 달러 매수에 나선다면 향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험도 적지 않은 셈이다.
결국 향후 달러-원 하락에 대응하는 당국의 달러 매수 개입은 이전보다는 한층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자국 통화정책으로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앞세워 타국의 환율정책을 옥죄는 상황에 대한 성토도 나온다.
단적으로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QE) 정책은 원화 등 신흥통화의 가파른 강세를 자극하며 해당국가의 달러 매수 개입을 불가피하게 만들기도 했다. 반대로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전환은 신흥국 전반의 외환시장 불안의 원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 보고서의 결과에만 관심이 쏠리는 현상이 안타깝다"며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반문도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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