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기업 구조조정'보는 환시, 눈빛 달라졌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기업 구조조정'에 무덤덤하던 서울외환시장의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조선과 해운 등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소식이 잇따르면 국내 펀더멘털은 물론 투자심리가 악화돼 원화 약세가 불가피해진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으로 원화 강세에 한 몫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18일 한 사모펀드 외환딜러는 "정부주도 해운, 조선 업종 등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과 증시 불안 등이 환율에 연동되는 흐름을 보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달러-원 환율이 기술적으로 1,180원선 내외 저항선 테스트를 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요한 점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어떤 형식으로 진행될지 여부다. 부실기업을 잡초처럼 솎아내는 방식과 시들해진 기업에 물과 거름을 제공하는 방식이 병행될 수 있다.
최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채무 재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총 7천억원의 출자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은 원화 약세 요인이다. 만약 부실기업이 줄줄이 구조조정 궤도에 오른다면 시장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실기업의 법정관리나 자율협약 소식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시장이 꺼리는 불확실성이 만연해질 우려도 있다.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셈이다.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이론적으로는 금리 인하도 원화 약세요인이다.
이달들어 달러-원 환율은 1,180원대로 올라섰다. 빅피겨(큰 자릿수)인 1,200원까지 불과 20원을 남겨둔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환시장 연구원은 "구조조정 이슈가 당장 한은 금리인하로 직결되지 않더라도 정부 경기부양 기조와 금리인하 기대로 반영되고 있기에 원화 약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6월에는 브렉시트 투표 등도 예정돼 있어 마켓 후유증이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00원대로 오르면 환율 상승세가 급격히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이런 구조조정이 한국 경제의 기반을 튼튼하게 하고, 원화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될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시 참가자들은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을 한번 끌어올리면 상승 추세가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6월 달력은 외환시장 위험 요인이 산재해 있다. 다음달 2일 유가 안정을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례회의, 14~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23일 브렉시트 투표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자칫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국내 펀더멘털 우려가 대외 요인과 합쳐져 달러화가 급등할 수 있다.
과거 패턴으로 봤을 때도 국내 기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원화 약세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조조정에서 정부가 어떻게 역할을 하고, 재정부담을 어떻게 할지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관건"이라며 "지난 1997년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 사태 때도 기업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용위험이 커지는 과정은 원화 약세 압력을 주는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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