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각종 연기금과 보험사 등 해외채권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외환(FX)스와프포인트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수준까지 떨어져서다.
연기금은 물론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해외채권 투자를 대폭 확대한 가운데, 스와프포인트 하락으로 환헤지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해외채권 투자 급증…헤지 여건 금융위기 후 최악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해외채권 투자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났다. 장기 저금리로 국내에서는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7일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해외채권 보유 잔액은 952억달러다. 지난 2013년말 450억달러 가량이던 데서 2년여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1분기 국내 기관투자자의 외화증권 투자 동향을 보면 국내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전 분기 총 88억달러의 해외채권을 사들였다.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보험사가 1분기에만 50억달러 이상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보험사를 중심으로 해외채권 투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환헤지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는 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미간 통화정책 차별화로 스와프포인트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1년 스와프포인트는 지난 1일 2.0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유로존 위기 등으로 스와프포인트가 일시적으로 2.0원선 아래로 떨어진 시기를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스와프포인트가 하락하면 국내 기관이 환헤지 비용이 증가한다.
스와프포인트를 현물환율로 나눈 스와프레이트는 1년물이 0.2%가량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1년물 등 단기물은 아직 프리미엄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3년 등 장기물은 이미 마이너스 상태다.
국내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채권 투자를 모두 1년짜리로 집중해 헤지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3년물 등으로도 30~40bp(베이시스포인트) 손실을 보면서 헤지하고 있다"며 "1년물은 아직 20bp 정도 프리미엄이 있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했다.
◇롤오버 부담 증가…대응책 없어 속앓이
스와프포인트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사 등 해외채권 투자자들의 걱정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장기 스와프포인트의 마이너스 구간 진입 등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단기물 헤지를 늘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스와프포인트가 지속 하락하면 롤오버시 손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규정상 1년 이상 헤지할 경우에만 듀레이션이 인정되기 때문에 생보사 등은 대부분 1년 이상 장기물로 헤지하지만, 듀레이션에 덜 민감한 손해보험사나 화재보험사 등은 이미 6개월 물 등으로 헤지 기간을 줄여놓은 상황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손보사나 화재보험 등은 지급여력비율(RBC) 상의 불이익에도 6개월물 등 단기 헤지를 많이 하고 있다"며 "하지만 롤오버시 스와프포인트가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스와프포인트의 반등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이 올해 하반기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에서는 6월이나 7월 금리 인하 기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역설적으로 국내 기관의 해외투자 확대 자체도 수급상 스와프포인트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단적으로 지난 4월말 국민연금의 롤오버가 몰리면서 스와프포인트가 급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해외채권에 대해 별도 환헤지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험사 등 다른 기관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문 연구원은 "주식과 채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연금과 달리 주로 채권에만 투자하는 보험사 등은 환오픈 전략을 취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며 "헤지 여건이 나빠지고 있지만, 사실상 별다른 대응책은 없다"고 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무엇보다 중요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환헤지를 안 하는 것은 위험이 더 크다"며 "헤지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지만, 현재는 그냥 버티는 것 외에 다른 아이디어가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