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우려가 현실로…유럽發 금융위기 오나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난다. 1973년 1월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지 43년만이다.
막판까지 팽팽히 맞섰던 찬반 여론은 조 콕스 노동당 의원 피살 사건을 계기로 잔류 쪽으로 기우는 듯 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탈퇴'였다.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영국의 EU 이탈은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진앙지인 영국은 경제침체가 발생하고 영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은 일부 유럽 국가의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파운드 및 유로 가치 하락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수 잇다는 점이다.
브렉시트가 과거 금융위기급 파장을 몰고 오리라는 전망은 아직 많지 않지만 영국 환시 불안에 파운드 위기가 재현될 경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 英 경기침체 전망…EU 분열 시작되나
영국은 EU 탈퇴로 경제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렉시트 발생시 당장 내년 영국이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EU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 협상이 길어질 경우 2019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5.5%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발생 후 15년간 GDP가 3.8~7.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고 국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 GDP가 2020년까지 3.3%, 2030년까지 5.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대표 산업인 금융서비스와 자동차, 석유제품, 의약업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 진입 제한에 따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U의 실질 GDP도 내년 적게는 0.5%, 많게는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국가 가운데서 영국 수출 비중이 큰 아일랜드와 네덜란드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 두 국가의 영국 수출 비중은 각각 13.8%, 9%였다.
여기에다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체코, 프랑스 등 다른 EU 국가들의 줄탈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EU 공동체가 아예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유로화 가치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2치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EU 잔류를 지지한 스코틀랜드가 다시 독립을 추진해 독자적으로 EU 가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으로 예상돼 정치 공백이 경제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EU 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전 세계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 뻔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경제성장률에 즉각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영국계 자금이 주식을 포함한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로 꼽힌다.
◇ 파운드 위기·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 재발 우려 고개
금융시장 영향 측면에서 볼 때 영국의 EU 탈퇴는 해외자본 이탈과 파운드화 급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최저치를 추락했다. 영국의 경상적자 규모는 작년 4분기 기준 GDP 대비 7%에 달해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5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나마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영국의 대규모 경상적자를 메워왔는데 EU 탈퇴로 해외자본 도피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영국 정부가 채무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OECD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공공부채 규모는 GDP의 약 90%에 이른다.
또 영국 은행권에서 외화 유동성 부족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 가능성에 대비해 유사시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이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 'AAA'마저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신평사들이 등급 강등에 나서면 유동성 상황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EU 취약국가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브렉시트 충격으로 급락한 파운드 가치는 해외자본 이탈로 더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환시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투표에 앞서 EU 이탈시 파운드가 15% 이상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화 급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전반적인 물가 급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영란은행은 브렉시트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도 파운드화 급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파운드화 가치가 바닥 없이 추락하는 전형적인 '파운드화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영란은행이 경제 부진에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많지 않다. 과도한 부채로 발생한 과거의 위기와 다르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영국의 자금유출과 환시 변동성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앞날도 불투명해진다.
브렉시트가 투자자들의 탈유럽을 자극할 경우 이미 취약한 유럽 주변국의 은행권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는 지난 21일 브렉시트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연쇄적인 포지션 청산으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중앙은행들의 정책수단이 제한적이라며 "(브렉시트에 따른 결과가)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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