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 발표 앞둔 정부, 브렉시트 '복병'>
(서울ㆍ세종=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이효지 기자 =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인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43년 만에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둔 정부도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포함한 강력한 재정보강을 통해 경기 살리기에 올인하려던 정부가 브렉시트라는 복병을 만난 것이다.
설마했던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든 시계 제로의 상황을 맞게 됐다.
다만, 정부는 대(對) 영국 교역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브렉시트로 우리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브렉시트 관련 대응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영국과의 무역 및 금융 분야의 연계가 낮은 점을 감안할 때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경우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고민하고 있다.
유 부총리가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중대한 하방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특히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내수라도 살려 경기를 되살리려던 정부의 방향에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모든 대책을 담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이달 28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을 당초 3.1%에서 2.8%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점을 사실상 처음으로 밝힌 것인데, 그나마 2.8% 수준의 성장률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경 등 재정보강 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일자리를 확충해 경기에 온기를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관련해 "결정되지 않았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 등 대외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로 인해 파생할 수 있는 글로벌 교역 위축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변수를 좀 더 감안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수출액은 256억5천900만 달러로 집계돼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8% 줄었다.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수출 실적이 재차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수출은 작년 1월부터 17개월째 마이너스다.
브렉시트가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경우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브렉시트로 당장 영국발 수출에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다. 영국이 EU에서 완전하게 벗어나는데 2년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한-EU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특혜관세 혜택은 유지된다.
다만 이 기간에 영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관세혜택은 사라지게 된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우리 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실물 부문으로 악영향이 전이될 경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다시 열어 다양한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를 사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포함한 시장 안정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통화의 움직임과 외환, 외화자금시장, 외국인 자금 유출입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시 적기에 다양한 조치를 꺼내 들겠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가 우리나라에만 한정되는 변수가 아닌 만큼 G20(주요 20개국)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과 국제적 공조에 나서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최상목 차관은 "기존 정책에서도 상황별 대응을 한다고 돼 있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바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이나 경제 상황에서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은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앞서 위기 상황에서 은행권의 체력을 비축하기 위한 차원에서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 요율을 일시적으로 하향 조정해 급격한 자금유출을 막을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했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 요인이 확장될 경우를 대비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나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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