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중앙은행들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통화정책에 한계가 왔음을 인정하기 시작해 시장이 이를 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자산운용사 핸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제임스 드 번센 멀티에셋 펀드 매니저는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중앙은행들이 성장 촉진을 위한 바톤을 정부에 넘기면 채권 랠리는 끝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번센 매니저는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채권금리는 부진한 경제성장과 낮은 물가, 요원한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라고 투자자들은 믿고 있지만 통화·재정정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채권금리를 낮추는 요인들을 제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통화·재정정책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향후 채권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번센 매니저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금리인상은 아직 중앙은행의 의제가 아니나 채권금리가 일제히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적완화에서 제로 금리, 마이너스 금리까지 진화한 통화정책이 한계에 부딪쳤고, 이와 같은 조치에도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다.
중앙은행의 정책이 한계에 이른 반면, 정부의 재정정책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선두 주자는 바로 일본이다. 지난달 일본은행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증액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추가 완화 조치를 꺼냈다.
번센 매니저는 "최근 일본은행이 주목할만한 조치를 꺼내지 않은 것은 일본이 이제 정부 지출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앞으로도 중앙은행이 계속 여러 정책 옵션을 검토하겠지만 궁극적으로 남은 실탄이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앞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는 자국 은행의 수익성에 타격을 입혀 아군에 총을 쏜 격이 됐다는 평가다.
이어 영란은행(BOE)의 경우 유럽연합 탈퇴 결정 여파로 금리인하 압박을 받고 있으나 번센 매니저는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5bp의 금리인하는 변동금리 주택대출자들의 주머니에 월 20파운드의 이익만 안겨줄 뿐"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와 연방의회 총선을 독일이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번센 매니저는 지난 2013년 5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테이퍼링(점진적인 자산매입 축소)를 암시했을 때 전 자산군에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현재 중앙은행들의 실탄 고갈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채권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