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환시개입에도 이주열, "환율쏠림 우려 안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급격한 원화 강세에 대해 적극적인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지 않은 채 "투기자본의 쏠림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1,100원선을 내주면서 외환당국이 실개입에 나선 상황임에도 이 총재는 쏠림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무게를 실었다.
이주열 총재는 11일 열린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원화가치의 빠른 절상에 대한 질문에 "최근의 원화 강세가 국제시장의 불안요인 완화와 국가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투기자본에 의한 쏠림 현상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쏠림현상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움직임이 있는지 면밀히 보겠다"고 덧붙였다.
원화 강세가 저물가와 수출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무덤덤한 반응은 이어졌다. 이 총재는 "원화 강세가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화됐다고 본다"며 "그렇지만 분명히 저물가와 수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에 이어 그는 "상당기간 원화가 기조적인 강세 흐름을 보일 때 물가와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을 붙였다.
◇이주열 총재 환율 발언, 수위 약화
이 총재의 외환시장에 대한 코멘트는 지난 2014년 금통위에서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수위가 약해졌다. 당시 이 총재는 취임 후 첫 금통위 기자간담회였던 지난 2014년 4월10일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져서 쏠림현상 생기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 못할 수도 있다"며 "쏠림 현상이 발생할 때는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달 5월에 있었던 이 총재의 발언도 환율에 대한 방어 의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원화 강세와 관련해 "환율 절상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기간에 가격이 한 방향으로 진행되면 쏠림 현상이 우려되므로 정말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같은 달 16일에도 은행장들과 모인 금융협의회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과도한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연거푸 환율 발언을 내놓았다.
당시 외환시장을 살펴보면 달러-원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달러화는 지난 2014년 3월21일 장중 1,083.00원에 고점을 찍은 후 같은 해 7월4일 1,008.40원에 저점을 찍었다. 석 달 반동안 74.60원의 환율 하락폭을 보였다. 4월10일 달러화는 조선업체 수주가 이어진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업률 가이던스를 폐지하면서 조기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돼 달러 매도가 두드러졌다.
◇원화 나홀로 강세 속도조절, 이주열보다 실개입
외환시장 상황은 2014년 4월과 비교할 때 중공업 수주가 사라진 점을 제외하면 비슷하다.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이어지고, 미국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불거진데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발표되는 등 달러화 하락 요인이 불거지고 있었다.
최근 달러-원 환율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이벤트까지 겹치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실개입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외환시장은 이주열 총재의 무덤덤한 발언보다 실개입이 단행된 점이 달러화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언급했다. 전일 종가관리성 개입 물량이 유입된 터라 재차 실개입이 나오면서 달러 매수세가 촉발된 것이다.
한 외환딜러는 "2회 연속인데다 실개입 규모가 꽤 있어서 장이 얇아진 상황에서 롱플레이가 유발됐다"며 "1,120원선까지 오르지 못한다면 재차 달러 매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참가자는 "이주열 총재의 환율 발언은 상당히 중립적이었다"며 "환율 발언이 강하지 않아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따른 눈치를 과도하게 의식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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