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환율전쟁> 서울환시, '변동성'에 무방비
(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이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 확대에 무방비로 노출될 것으로 진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주장하는 등 무역 보복을 강조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유 무역 퇴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재정지출을 통한 인프라투자 등 자국 중심적인 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소비자 역할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에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G2(미국-중국) 간 무역마찰이 예고된 가운데 위안화의 프락시 통화 시장인 서울환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겪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실상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선거 과정에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보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가 더욱 강경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최대 4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모든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을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 내 일자리 침탈 주범이라며 세계 무역에서 속임수를 쓴다는 비난을 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또 중국의 환율 조작과 미국제품 구매 배제, 보조금 지급 행위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미국의 디자인, 특허, 브랜드, 지식, 기술을 훔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에 미국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반강제적으로 요구받던 기술공유 요구 관례를 철폐하고 중국 정부의 수출보조금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던 만큼 위안화 환율을 대상으로 모종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상·하원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도 앞서 선거 정강에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기도 했다.
대규모 무역 역조를 용인하지 않고 자국 이익과 주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거나 무역협정을 위반한 행위에 징벌을 가할 수 없는 무역협정은 반드시 반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기존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도 내걸기도 했다.
◇정책 현실화 가능성은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에 대한 비난은 과도한 무역 역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기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규모는 총 4천841억달러로 수출(1천167억달러) 규모의 4배를 넘었다.
이에 미국이 실제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의 조치를 한다면 대미 수출에 의존했던 중국 수출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진했던 중국 수출에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위안화엔 오히려 추가 절하 압력으로 작용한다.
다이와증권은 만약 트럼프 주장처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4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4.82%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이 극단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강경책을 쓰고 대상국도 동등한 관세보복에 나선다면 미국 경제 성장률은 2019년까지 4.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업률은 9.5%까지 상승하고, 연방정부 적자규모는 지금보다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품의 가격 상승과 트럼프 행정부의 소득세·법인세 인하 정책과 확장적 재정을 통한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물가상승 부담이 커질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교역이 위축돼 저성장 국면의 글로벌 경제가 더 둔화할 공산이 크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는 보호무역주의로 올해 글로벌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2.8%에서 1.7%로 낮춘 바 있다.
미국은 과거 대공황 시기에도 스무트 홀리법을 제정해 2만개 이상 수입품에 최고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세계 각국이 그 보복으로 관세를 인상한 탓에 글로벌 교역이 급감하고 수출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
결국 보호무역 확대 시엔 오히려 전반적으로 낮은 성장률과 높은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중국을 비롯한 수출 의존도가 큰 주요 신흥국들은 무역 개방을 강조하며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하는 상황이다.
◇서울환시에 미치는 영향은
서울환시는 이미 트럼프 당선으로 지난주 한바탕 변동성 장세를 경험했다.
트럼프 당선 자체가 이변이었다. 대선 과정 중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며 그에 따른 거래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선거 직전만 하더라도 시장은 클린턴 후보의 승리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런 탓에 기존 포지션을 되돌리려는 움직임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시장은 오히려 한 발 더 나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에 베팅하기까지 했다. 보호무역 기조와 재정정책을 통한 인프라투자 확대 방침과 관련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했고, 그에 따라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성급한 흐름은 정책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간헐적인 속도 조절과 큰 폭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공약의 구체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추세 속에서도 변동성이 큰 모습이 연출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트럼프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시행에 따라 되돌림이 나타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상당 부분 이행되고 보호무역이 확산한다면 글로벌 외환시장이 달러화 중심에서 엔화, 유로화, 스위스프랑 등 다양한 기축통화 체제로 다이버전스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화 가치는 추세적 하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중국 위안화는 단기적으로는 다른 신흥국 통화에 견줘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향후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나타난다면 애써 방어해왔던 위안화의 절하를 용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위안화 변동성에 따라 대외적으로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 여겨지는 원화 또한 큰 변동성에 노출될 여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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