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환율전쟁 중국 이어 일본으로 향하나>
(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일본의 중장기 성장 전략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가 무산될 우려가 커지는 등 당분간 엔화 가치 변동성도 확대될 조짐이 보여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경계하고 있다.
◇아베, 왜 다급한가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회담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TPP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에 필요하고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TPP는 원칙적으로 모든 물품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관세를 철폐하고 새로운 통상 규칙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2005년부터 논의가 시작돼왔다. 2010년 미국, 2013년 일본이 교섭에 참석하면서 참가국이 12개국으로 확대됐고 작년 10월 포괄적 합의에 이어 올해 2월 협정문에 정식 서명했다.
참가국 국내총생산(GDP) 총합만 세계의 약 40%에 달하는 거대 경제 블록으로, 아베 정권은 TPP가 13조6천억엔의 GDP 증대 효과를 낳고 79만5천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부진을 만회할 중장기적 성장 동력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TPP는 서명 후 2년 내 모든 참가국의 국내 비준 절차를 마치도록 했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GDP 합계가 85% 이상인 6개국 이상 비준 시 발효된다. 결국 GDP 합계가 80%에 이르는 미·일 양국 비준이 필요하다.
앞서 일본 의회는 TPP 승인안 관련 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키며 사실상 비준한 상태다. 문제는 미국이다. 오바마 정부에서의 비준은 물 건너간 상황이고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선거 과정에서 "대통령 취임 날 TPP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승현 연구원은 "일단 아베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대선 과정에서의 공약만 보면 TPP 발효가 어렵다고 보고 참여국들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RCEP은 중국 주도의 통상 질서로 TPP를 주도했던 일본엔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CEP는 미국을 제외한 16개 국가가 참여 중으로 GDP 규모는 TPP보다 작지만 전 세계 인구 절반이 포함된다. 일본 등 7개 국가는 TPP와 RCEP에 동시 참여 중이고, 한국, 중국 등 9개국은 RCEP에만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정책 선택지는
일본의 아베 정권은 그동안 대규모 양적 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20년 가까이 이어온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엔저(低)'를 유도해 일본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다.
문제는 일본 경기가 뚜렷한 개선을 나타내지 못하는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던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도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점이다.
특히 추가 통화완화가 어렵다는 판단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확대 양상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에 자금이 몰리면서 달러-엔 환율은 지난 6월 100엔을 밑돌기도 했다.
일본은 또 미국엔 중국, 독일에 이어 무역적자 규모가 세 번째로 큰 국가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676억달러로, 경상흑자가 GDP 대비 차지하는 비중도 3.7%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재무부는 일본이 지난 5년간 환시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외환 당국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구두 개입은 지속했다고 지적하며 관찰대상국 리스트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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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측 무역 관련 로드맵을 보면 임기 초부터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통화정책 등을 포함한 위해요소를 점검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에 비춰볼 때 일본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이 동원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대선물 정성윤 연구원은 "물가상승률 2% 달성이라는 목표를 명시한 상황에서 대외 압박이 있다고 당초 목표를 철회하기는 어렵다"면서 "추가 통화 정책 드라이브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정책이 돌파구가 되겠지만 국가 채무 탓에 정책수단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 이후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마당에 일본이 선제적으로 조처할 유인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다만 재정정책을 강조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엔화 약세를 지속해서 이끌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신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할 때까지는 일본도 단기적 대응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키움증권 홍춘욱 연구원은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은 단기적 현상으로, 구로다 BOJ 총재가 '미국 금리 상승한다고 일본 금리 상승을 용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언도 그런 해석의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 정책의 추이를 지켜보며 그때그때 대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환시 영향은
일본의 정책 대응이 단기적 처방으로 국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날 BOJ가 고정금리로 국채를 매입하는 공개시장조작을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 일본 국채금리가 반락했고 달러-엔 환율은 109엔대까지 급등했다. 서울환시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이에 연동해 1,17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 인수위나 새로 출범한 정부 발 새로운 소식에 시장이 반응하고,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각국 외환 당국이 움직이거나 한다면 변동성은 당분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wkpa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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