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방파제였던 거물들의 잇단 '비보'>
(서울·세종=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김대도 기자 = 한국 경제의 방파제였던 거물들의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거물들의 잇단 비보가 전해진 날 우리나라 수출은 4년 만에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거물들의 이른 별세를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유독 많았다. 과거 현직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일궜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하리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휘청거렸던 1997년은 국난이었다. 향년 74세로 지난달 31일 타계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리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 올린 주역 가운데 한명이다.
강 전 장관은 1999년 재경부 장관을 역임하며 재벌개혁,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어린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한 대신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군산사범대를 나와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했고 1968년 행정고시(6회)에 합격해 경제관료로 한 평생을 살았다. 국민 모두가 가난을 벗고 잘 살기 위해 경제를 배워야 한다는 신념을 따른 결과였다.
'꾀주머니'라는 별명에서 보듯 정책 아이디어가 넘쳤다. 호남출신이지만 영남정권의 박정희 정부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입안 작업에 다섯 번이나 참여했다. 영남 정권인 김영삼 정부에서도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내며 정보기술(IT) 산업화 기틀을 마련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경제수석비서관, 재경부 장관을 지내며 IMF 위기를 극복하는 데 헌신했다.
30년 공직생활을 마치고 2002년엔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그해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의 경제 분야 공약 뼈대를 마련했다.
3선 의원을 지낸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2013년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경제자문을 맡기도 했고, 작년 4.13 총선 때는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과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한국판 양적완화'를 공약으로 주창하기도 했다. 췌장암으로 투병하는 중에도 최근까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경제에 대한 조언을 그치지 않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단심이 그리운 이유다.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김익주 전 금융센터장은 향년 57세였다. 앞으로 더 보여줄 것이 많은 인물을 잃어 국제금융시장의 상심이 크다.달러-원 환율이 요동을 치는 등 국제금융통의 존재감이 더 커지고 있어서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때 김 전 센터장이 가진 국제금융 분야에 대한 탁월한 혜안을 잃어 우리 경제에도 큰 손실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행정고시(26회)를 수석합격하면서 예사롭지 않게 공직에 발을 들였다.
기획재정부 산업경제과장을 거쳐 외환제도과장,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과장을 지내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제금융국장을 역임했다.
당시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제고를 위한 자본유출입 대응과 정책 수립,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주요 20개국 정책공조 방안 마련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2013년 국제금융센터 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작년 6월까지 국제금융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
인물평이 후하지 않은 국제금융분야에서도 최고 전문가로 꼽힌 인물이다. 국제금융 관련 기관장 인사 하마평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도 했다. 기재부 직원들이 투표하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나 뽑혀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을 남기기도 했다. 경제관료 조직 내 신망이 그만큼 두터웠다는 의미다. 궂긴 소식에 서울 외환시장 등 시장 참가자들도 그의 능력을 아까워했다. 무엇보다 격동의 세월을 동고동락했던 기재부 후배들의 상심이 크다. 그는 2년 전부터 간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아왔지만 주위에 알리지도 않았던 상남자였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두분은 모두 직원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좋으셨던 분"이라며 "역량이 뛰어난 인재들만 모인 곳에서 그런 평가를 얻으려면, 능력과 덕망이 갖춰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특히 강 전 장관은 매우 엄격하기도 했고, 허물없이 사람을 대해줬던 특별한 사람이었다. 역대 3대 장관으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재부 공무원은 "김 전 센터장은 국제금융쪽에서 워낙 정통하신 분으로 일에서는 독려를 많이 하셨다"며 "개인적으로 만나면 참 정이 많았던 분으로 기억한다"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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