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통화 호주달러 잡은 외환당국…'방파제' 강화>
(서울ㆍ세종=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김대도 기자 = 정부가 8일 호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3년간 연장하고 규모도 당초보다 두 배 늘리기로 합의한 것은 외환 방파제를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중국과 일본, 독일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선진국들과도 환율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이 외국인 자본 유출로 연결될 수 있어 외환시장의 둑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외환시장에서 5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국제통화인 호주달러를 든든한 예비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외환당국의 숨통도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산 영사관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가 중단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돼 통화스와프 연장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는 점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있다.
◇ 통화스와프 규모 1천222억 달러로 확대
한국은행이 이달 22일 만기가 돌아오는 호주와의 통화스와프 계약 기간을 3년간 연장하고, 규모도 당초 5조 원(50억 호주달러)에서 9조 원(100억 호주달러, 미화 77억 달러 상당)으로 확대하면서 우리나라가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 규모는 총 1천222억 달러로 늘어났다.
현재 미국 달러 베이스가 아닌 자국 통화(LC) 방식의 통화스와프로 호주와 77억 달러, 중국과 56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UAE)와 54억 달러, 말레이시아와 47억 달러, 인도네시아와 100억 달러 등 총 838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여기에 다자간 스와프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를 통해서도 384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은 국가 중 신인도가 가장 좋은 곳이다. 호주는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주요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최고등급인 'AAA'의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특히 호주달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와 유로, 엔, 파운드에 이어 외환거래 규모에서 5위를 차지하는 국제통화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 구성비중도 6위에 이를 정도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돼 비상자금을 꺼내 써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화인 셈이다.
특히 이번에 양국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금 활용 목적에 무역결제 이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한 것은 통화스와프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는 조치로 해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호주 간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과 CMIM 등과 함께 중층적인 금융안전망을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호주 간 금융 연계성이 점차 강화하는 추세라는 점도 이번 계약 연장의 필요성을 높였다.
우리나라와 호주 금융기관들의 상대국 통화 익스포저는 지난해 3월 말 각각 43억6천만 달러와 10조3천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양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지난 2014년 2월에 비해 각각 30.5%와 27.0% 확대된 것이다.
한은과 호주 중앙은행은 호주달러화와 원화 표시 자산을 외환보유액 운용대상에 편입하는 등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의 경우 올해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중 5%를 원화 표시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약 25억 호주달러에 달하는 규모로 이는 영국 파운드화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와 비중이 같다.
◇물 건너간 일본…중국과 협상도 난항 예상
호주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맞았음에도 우리 외환당국의 과제는 적지 않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올해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 계약 체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비상 상황 시 적기 대응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국제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와의 계약 체결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주변국과의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문제로 비화하면서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어 외환당국의 고민도 깊다.
특히 사드를 둘러싼 문제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은 당장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3월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통화스와프 연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외환당국 내부에서조차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17일 송인창 기재부 차관보(국제경제관리관)는 기자간담회에서 "어떠한 변수가 있을지 몰라 확정해 말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그간 보여온 긍정적 스탠스에서 상당히 후퇴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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