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변수 '경상흑자'…고령화 딜레마>
(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나라 안팎에서 지속 제기되면서 정부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이 수출에 유리한 고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은 명확한 데도,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한 부분이 미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경기 호조 덕분이 아닌 고령화 측면에서 흑자가 커지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어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를 환율조작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환율 문제를 거론하고 있어 당국도 미국 눈치만 보고 있다.
17일 정부와 학계 등에 따르면 우리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는 인구구조 고령화가 지목되고 있다. 환율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소비성향이 낮은 노인층이 늘어나면서, 내수가 부진해지고 수입이 감소해 경상수지 흑자가 커진다는 논리다.
거시경제학에서 나오는 기본 공식인 국민소득 항등식, 소득(Y)= 소비(C)+투자(I)+순수출(경상수지. X-M)+정부지출(G)-조세수입(T)을 인용할 수도 있다.
경상수지(X-M)는 민간저축(Y-C)과 조세수입(T)을 합한데서 민간투자(I) 및 정부지출(G)을 뺀 값과 같은데, 고령화에 따라 저축이 큰 폭으로 늘어나 흑자가 커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리나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순 저축이 늘어난 부분 등이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환율로 나타나는 부분이 있다"며 "결코 우리가 한 방향으로 개입하는게 아니고 환율은 시장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생각이 깔려 있다.
교역촉진법(BHC법)상 환율조작국 지정 3가지 요건 가운데 달러 매수 일방향 개입은 해당사항이 없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도한 경상수지 부분도 환율과 관련되지 않다는 논리적 반박이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저축률은 최근에 크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3.4%였던 가계순저축률은 2013년 4.9%, 2014년 6.3%, 2015년 7.7%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씀씀이를 줄이는 성향이 있는 노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657만명으로 전체에서 13.2% 비중을 차지해, 10년전 9.3%에서 대폭 증가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 탓에 당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한 당장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급변동시에만 완화한다"는 외환정책의 원칙을 강조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고령화 등 인구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줄어들 전망이라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로 1인당 노인 부양인구가 늘어나면서 결국 소비 비중이 늘어 저축이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2021~2025년 연평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이 2.9% 내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당장 올해 경상수지 흑자비중이 전년 7%대에서 5%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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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정부는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 등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하고,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 등 내수활성화를 통해 대내외 균형노력도 계속할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노후생활 불안을 완화시키고, 과감한 규제 합리화로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정책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무역수지는 흑자이지만 서비스수지 또는 대미 무기구입 등을 강조해서 상호무역 관계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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