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국법인 삼중고…'사드ㆍ바오치 포기ㆍ환손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을 본격화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시중은행 현지법인의 수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진출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시중은행 현지법인은 양국간 교역관계 차질로 우리 기업들의 '중국 탈출'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의 환율 전쟁 가능성으로 불거진 위안화 평가 절하로 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바오치(保七·7%성장) 포기와 그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까지 불거지며 시중은행 현지법인은 현지 전략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최근 중국 현지법인과 지점 영업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며 중국 경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드 보복 등 중국을 둘러싼 악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아시아 금융 벨트의 핵심 지역인 중화권 네트워크를 재구축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는 KEB하나은행이 30여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0여개 중국 현지 지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시중은행들은 중국 현지 영업에 있어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담당 부행장은 "중국법인의 부진은 시중은행 모두의 문제"라며 "특히 사드 보복과 관련해 현지 영업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있으며, 눈에 띄게 영업이 어려워진 점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작년보다 낮은 6.5%로 설정하며 사실상 경기가 둔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간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경제성장 엔진이 돼 온 중국이 주춤거린다면, 중국에 있는 국내외 기업들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지난해 국내 은행 대다수는 이미 위안화 평가 절하로 환평가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중국 현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위안화 자산으로, 이를 달러로 바꿔 회계처리 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에 힘쓰는 중국이 기준금리를 내려 현지 자산운용 수익 역시 지지부진한 성과를 나타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바오치를 포기한 상황에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며 "사드를 둘러싼 경제 보복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 법인이나 지점의 손실도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중국을 둘러싼 부정적인 전망이 속출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중은행의 대중국 전략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간 베이징과 상해 등 대도시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면, 이제는 충칭, 톈진, 청두 등 경제성장률이 1조 위안을 웃도는 대도시의 변방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영업 전략 역시 중국에 있는 국내 기업과 개인 고객에 대한 영업보단 현지 기업과 현지 고객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중국에 대한 전망이 부정적이지만, 규모 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글로벌전략 담당 부행장은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낮췄지만, 6%대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는 흔치 않다"며 "환 손실이 나고 사드 보복과 바오치 포기라는 악재 속에서 은행들이 마주한 딜레마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화권 네트워크의 무게중심을 중국에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옮겼고, 중국 내에서도 그간 진출하지 않은 곳에 주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당분간 현지 기업과 고객에 집중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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