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이주열 환율조작국 잇단 발언…G20에서 무슨 말 오갔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외환당국의 최고 책임자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직후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서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 전일 금융안정회의 이후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높지 않고, 지정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조작국 지정시 양자협의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해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 다음 방어"라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지정 이후의 스탠스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최근까지 "미국이 공식적으로 거론한 적이 없다"며 환율조작국 발언을 조심스러워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G20회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와 '환율정책 투명성 요구'
G20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주열 총재의 발언을 토대로 살펴보면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와 환율정책 투명성 요구 등이 거론된다.
이 총재는 "G20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미국 측 입장을 들어보니 환율정책 투명성을 특히 강조한 점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환시 개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환율정책 투명성의 기본 골자는 개입 규모 공개다. 그동안 미국은 수차례 한국 외환당국에 환시개입 규모를 공개할 것으로 요구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자유변동환율제도(Free floating)의 기본 요건으로 과거 6개월간 3회(매회 3영업일 이내)로 이뤄지고, 개입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두고 있다. 이 개입 정보 제공 요건 때문에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아니라 변동환율제도(floating) 국가에 속한다. 외환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은 셈이다. 문제는 개입정보 공개 여부가 환율조작국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환시개입을 상시로 하는 나라라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무역주의 역시 주요국 총재들이 우려했던 부분이라고 이 총재는 전했다. 이 총재는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세계무역과 관련해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가 '세계 경제에 대한 무역의 기여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수가 부진해서 수출이 성장을 이끌고 있는 지금의 국내상황에서 보면 보호무역조치가 좀더 확대된다면 분명 우리 경제 회복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요국 중심으로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 요소"라고 덧붙였다.
◇환율조작국보다 대미 무역 흑자 축소에 무게둬야
G20회의 이후 환율조작국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외환당국 수장들의 발언이 잇따랐지만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연결짓는 것은 아직 이르다.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지정 가능성이 없다'고 언급하면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즉, 당국자 입장에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발언으로 볼 수도 있다.
외환당국은 미국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통상 4월 중순께 나오는 미국 재무부의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이후 재무부 내부의 실무 라인이 아직 확실하게 정비되지 않은 탓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이 진짜 바라는 것이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환시개입 정보 공개, 환율 하락 등이 아니라 대미 무역흑자 축소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환율은 표면적인 이슈일 뿐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원화 강세가 진행된 후에도 대미흑자가 지속된다면 결국은 다시 무역 압박을 지속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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