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기재부, 손실 보면서도 외평기금 대기업에 대출"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기획재정부가 운용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설치된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을 대기업에 저금리로 대출해 주다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감사원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외평기금의 설치 목적과 맞지 않게 운용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 줄 것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기재부가 집행한 업무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014년 3월 시설재 수입 및 해외투자 촉진을 위해 외평기금을 설비투자 및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스(PF) 용도로 국내 은행에 지원한 후 이를 기업에 대출해 주도록 하는 외화대출 제도를 도입했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2014년 5월부터 1년간 한국은행에 예치된 외평기금 중 100억 달러를 기금의 설치 목적과 달리 기업에 최장 10년의 만기로 대출했고, 같은 7월부터 외화대출 규모를 150억 달러로 늘렸다.
지원대상을 원자재 등 운전자금까지 확대하기로 한 이후 작년 말까지 실행한 대출 규모는 148억5천만 달러에 달했다.
감사원이 문제로 삼은 것은 크게 세 부분이다.
우선 외화대출 제도가 외평기금의 설치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외평기금 운용사무 처리지침에 따르면 외평기금을 운용할 때 안정성과 유동성 및 수익성을 고려하게 돼 있고, 외평기금 운용업무 취급세칙에 따라 한은에 예치한 외평기금은 기금운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중도해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국투자공사법에서도 외화 보유액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대외지급준비자산의 확충이 필요하면 한국투자공사에 위탁한 기금을 계약 기간에 상관없이 조기 회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은 "매년 수조 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외평기금이 조성ㆍ운영되고 있음을 고려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외화 유동성 경색 완화 등 기금 설치 목적에 맞게 운용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면서 "작년 말 기준 대출자금이 77억5천만 달러에 이르고 최장 상환일도 2024년에 이르는 등 기금운용에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금 설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운용해 재정손실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함에도 대출로 인한 기업의 금리 절감 효과(805억 원) 보다 대출에 사용된 기금 조달 비용(5천634억 원)이 훨씬 커 기금 운용손실이 1천억 원에 이르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또 대출을 실행한 시기에 굳이 외평기금을 활용해 기업에 대출해 줄 정도로 외환시장이나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3년과 2014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각각 811억 달러와 843억 달러에 달했고, 국내로의 외화 유입 규모도 컸으며, 같은 기간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은 108∼111%로 지도기준인 85%를 크게 상회하고 있었다.
2014년 7월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실시된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도 모든 은행이 통과하는 등 외환시장은 양호한 상태의 외화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외화대출 당시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가산금리도 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대외건전성지표도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어 시장에 외화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외화대출이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실제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0.4%포인트 상당의 대출금리 절감 효과를 얻었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외화조달이 용이한 정유사 등 대기업에 집중됐다.
대기업에 실행된 대출 규모는 138억8천만 달러로 전체 규모의 93.4%에 달했다.
감사원은 특히 운전자금으로 88억2천만 달러(59.4%)가 대출되면서 외평기금이 사실상 대기업 운전자금 조달비용 절감 목적으로 사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꼬집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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