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ㆍ한은총재도 지켜만 보는 원화강세…수출호황의 역설(?)
(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새해 들어서도 하락 일변도로 흐르고 있지만, 외환 당국은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고 급격한 변동을 동반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조치한다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수출호황 덕분에 경제 회복세가 견고한 시기적 특징과 맞물리며 오히려 원화 강세(절상) 폭을 가파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당국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절상) 속도를 제어할 필요성이 아직 크지 않다는 의미로 시장이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때의 특별했던 원화 강세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폐기되고 변동성 관리에 무게를 둔 박근혜 정부의 스탠스를 넘어, 시장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작년 4분기 이후 전일까지 1,145.40원에서 1,064.50원까지 80.90원(7.1%) 하락(절상)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을 좇아가고 북한 관련 지정학적 우려가 완화된 측면도 있지만, 원화 강세 요인이 특별히 두드러짐에 따라 글로벌 통화 가운데 사실상 절상 폭이 가장 컸다.
2년 연속 3%대 성장이 기대되는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6년 5개월 만에 기준 금리 인상, 기축통화국인 캐나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의 재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호황으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 물량이 집중됐다. 당분간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시중은행의 한 베테랑 외환딜러는 "연말 수급이 꼬였던 부분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기업체의 환율 전략을 예상해보면 2∼3월에 선물환을 많이 팔지 않을까 한다"고 판단했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나 외국인의 자금이탈, 지정학적 요인 등 부정적 이벤트로 환율이 올라가는(절하) 경우와 달리 환율이 내려가는 것은 긍정적인 경제 뉴스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원화 강세 폭이 커지면 자동차업체 등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달러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의 재무제표 숫자가 좋아지지 않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수출 증가 전략을 펼쳤던 과거 정부들이 인위적으로 고환율(절하)을 유도한 배경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노골화되고 있는 원화 절상(환율 하락) 요구도 우리나라의 고환율을 통한 무역수지 흑자를 축소하겠다는 생각이 바탕이다.
다른 한편으로 원화 강세는 수출물가를 떨어뜨려 부품을 수입해 쓰는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재료가 되고,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제고하는 효과를 낸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그에 걸맞은 삶의 질을 함께 누리자는 문재인 정부 신년사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정부의 정책 방향은 외환 당국 스탠스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환율은 원론적인 말밖에 하지 못하겠다"며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것이고 급격한 변동을 대처하긴 하겠지만, 전체적으론 시장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전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는 최근 환율 변동이 급격하다고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판단을 내가 얘기할 수는 없다. 그 정도 원론적으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일 김 부총리 발언 이후 달러-원 환율은 추가 하락 압력에 놓이기도 했다.
정부가 원화 강세 흐름을 인정하고 있더라도, 급하게 밀리고 있는 속도 역시 아직은 허용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었다.
외국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당국은 현재 환율에 대해 기본 입장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질문에 답을 하면 환율은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전일 범 금융 신년인사회 이후 "환율에 대해 다들 걱정하고 있는데, 걱정하는 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환 당국의 개입이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지금은 매일 지켜보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답을 하는 데 그쳤다.
세자릿수 환율도 거론되며 경제 주체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만큼 속도가 빠른 측면이 있지만, 외환 당국은 여전히 유보적 입장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조찬을 겸한 회동을 한다.
대내외 경제 여건과 올해 경제 정책 방향 및 운용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고, 특히 최근의 원화 강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른 시중은행의 딜러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위해서는 원화 강세가 좋지만, 3% 성장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고환율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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