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vs 北美 정상회담' 대형 재료 충돌…달러-원 방향은
(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서울 외환시장이 숨을 죽이고 있다.
무역전쟁 우려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주식 역송금 물량 등 대형 재료가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면서 환율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성격이 모호한 대형 재료들이 반대 방향에서 서로의 흐름을 상쇄하면서, 결국 달러-원 환율은 수급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 "철강 관세, 원화 약세요인일까"
9일 국제금융시장 및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가 잠정 면제된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결과에 따라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철강 관세 조치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에 대한 타격을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연합인포맥스 주식 업종·종목 등락률(화면번호 3211)을 보면, 이날 오후 2시 20분 현재 상승세인 코스피와 달리 철강·금속은 2.5% 정도로 모든 업종 중 가장 많이 하락하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세아제강(작년 3분기 누적 28%)은 미국의 철강 관세가 예고된 지난달 19일 이후 10% 가까이 추락했다.
산업계에서는 철강에 이어 제약과 지식재산권, 농업 등이 다음 통상압박의 표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도 철강 관세 재료를 수출 악재로 여겨 원화 약세 요인으로 보는 쪽이 우세한 편이다.
A 시중은행의 한 베테랑 딜러는 "보호무역주의는 글로벌 달러 약세 재료일지라도,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직접 당사국"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 문제가 생기고,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줄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는 미국 철강 수출이 우리 경제의 큰 비중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한·미 협상 과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견해다.
행정명령 효력은 서명 일로부터 15일 후에 발효되는데, 전일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적용 제외를 원하는 국가들과 협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철강 관세 문제를 협상의 도구로 삼아, 불리한 FTA 재협상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작년 기준 전체의 0.7%로 (철강 관세 조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상호 보복관세 등이 확산하면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고, 글로벌 무역에 하방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북미 정상회담, 진전되면 '강력한 호재'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 즈음에 대형 호재가 터져 나왔다.
미국을 방문 중인 대북특별사절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청 의사 친서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백악관 브리핑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약속하고, 가능한 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길 갈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5월까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정 실장은 설명했다.
달러-원 환율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환율 종가대비 7원가량 밀린 1,067원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달러화는 1,060원대 저점 인식을 바탕으로 오히려 올랐다.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가 반영됐다.
오후 들어 달러-원 환율은 코스피 호조 등의 영향으로 재차 밀렸다.
전체적으로 시장이 여러 대형 재료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오버나잇과 장 초반 포지션이 제대로 맞아들어간 적이 거의 없다"며 "대응이 최선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C 은행의 트레이딩 헤드는 "현재는 환율 흐름 예측이 의미가 없다"며 "포지션을 거의 잡지 않고, 업체 물량만 처리한다"고 전했다.
그는 "워낙 큰 재료들이 대치되면서, 결국 수급으로 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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