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외환 협의' 논란…'플라자합의'가 될 수 없는 이유
  • 일시 : 2018-04-03 15:03:54
  • 韓美 '외환 협의' 논란…'플라자합의'가 될 수 없는 이유



    (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이 진행 중인 외환 관련 협의가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계·학계·산업계 전반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실상 미국에 원화 가치를 절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게 아니냐며, 한국판 플라자합의 또는 환율 주권 문제까지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과 기획재정부, 미국 재무부가 협의 중인 사항은 '환율'이 아니라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다시 말해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실시한 달러 매수·매도 방식의 시장 안정화 조치(개입)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IMF와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사회가 꾸준히 강조해 왔던 내용이다.

    정부의 방침이 확정되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가장 마지막으로 개입 현황을 공개하는 국가가 되게 된다.

    3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미국 등 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만나 외환시장 공동 개입을 합의했다.

    플라자합의(Plaza Accord) 18조에는 환율은 외부 불균형을 조정하는 데 역할을 해야 하고, 달러 대비 주요 비달러화 가치는 절상돼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당시 1천300억 달러가 넘는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일본을 타깃으로 잡았는데, 주요국은 이에 동조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

    1985년 9월 240엔 수준이었던 달러-엔 환율은 1년 뒤 150엔대로 곤두박질쳤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플라자합의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시각 역시 200억 달러가 넘는 우리나라의 대미흑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30년 전 국제금융시장과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오히려 환율에 인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양국의 합의로 원화 강세가 결코 유도될 수는 없다는 게 국제금융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IMF 합의 조항 4조(article Ⅳ)에 따르면, 회원국은 불공정한 경쟁 우위에 있기 위해 환율이나 국제 통화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을 피해야(avoid manipulating) 한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원화 강세를 합의한다는 것 자체가 현 국제금융 질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움직임인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부 국가들은 외환시장에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하고 있다. 이는 급격한 쏠림 현상이 있어 시장의 기능이 제구실을 못할 우려가 있을 때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경험에서지, 무역흑자를 꾀하기 위해 환율 수준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정부는 강조한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꾸준히 대미흑자를 많이 줄이고 있다"며 "환율을 어떤 수준으로 묶는다거나 플라자합의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논란을 촉발했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위한 목적 또는 범정부 차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외환 문제를 엮은 것으로 보인다.

    USTR은 28일(현지시각) 보도자료에서 "무역과 투자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촉진하기 위해, 경쟁적 평가절하와 환율 조작을 금지하는 확고한 조항에 대한 합의(양해각서)가 마무리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기재부와 미 재무부, IMF는 시장 투명성 방안을 협의 중이다.

    IMF는 회원국에 외환시장 정보를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은 환율보고서 문제로 우리나라에 시장 개입 내용 공개를 꾸준히 요구해 온 측면이 있어 3 당사자가 협의에 나서고 있다.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200억 달러 초과 대미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웃도는 경상 흑자, GDP 대비 2% 초과 달러 매수 개입 등 3가지 요건을 기준으로 삼는데, 우리나라는 달러 순매수 정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측은 한국은행이 IMF에 매월 제시하는 외화 보유액과 선물환 포지션을 근거로 우리 정부의 시장 개입 규모를 추정해 왔다.

    미국 측이 판단하는 시장 개입 규모는 실제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개입액을 밝히는 것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외환 시장참가자들이 개입 규모 공개 이후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기재부는 분기 또는 반기별로 달러 순매수 총액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 또는 미국 측과 문서화할 수 있지만, 구두 합의로 끝낼 가능성도 있다.

    담길 내용은 시장 공개 방식과 환율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겠다는 내용으로 점쳐진다. IMF와 G20 등 국제사회가 지속해서 강조한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장 조치를 공개하는 방안을 계속 협의하게 될지, 문서로 공개를 결정할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나 시장 성숙도를 볼 때, 이제는 개입 정보를 공개할 만 하다"고 판단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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