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1,120원대 안착…연고점 경신 행진 배경과 전망
(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4거래일 연속으로 연고점을 경신하며 1,120원대에 자리 잡았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그동안의 원화 강세 기대감이 빠르게 되돌려지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우려에 위험자산회피(리스크오프)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로 약세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전방위 달러-원 환율 상승 재료가 속출하고 있다.
◇ 달러-원 11거래일 만에 47원 폭등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60원 오른 1,124.20원에 마감했다.
마감 가격은 이날 고점으로, 지난해 10월 30일(1,126.80원)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25일부터 1,117.90원으로 시작된 연고점 경신 움직임도 4일째 이어졌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 12일 종가 1,177.20원과 비교하면 11일 거래일 만에 47원 급등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이슈로 거론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음에 따라 원화 강세 분위기가 반대로 돌아섰다.
6월 초순까지 달러-원 환율은 다른 통화 달리 상단이 눌려있었다. 특히 1,065∼1,085원 레인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아울러 달러-원 환율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주요 은행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달러 강세 흐름도 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올해 하반기 2회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현 금리 수준을 적어도 2019년 여름까지 유지하겠다며 비둘기파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일본은행(BOJ)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다이버전스)가 부각됐다.
이어 달러-원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에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나라 교역의 1∼2위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은 우리나라에 치명상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역외 위안화(CNH)에 밀접하게 연동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1,100원을 넘어 1,110원도 가뿐히 웃돌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빠르게 뛰고 있는 달러-원 환율에 대해 그동안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에 따른 원화 강세가 되돌려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월부터 달러-원 환율은 북한 리스크 완화에 상대적으로 강세였다"며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유럽중앙은행(ECB) 이후 글로벌 달러 강세, 미중 무역분쟁 확대 우려에 1,100원대로 빠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틀 동안에는 여기에 더해 유로 약세에 따른 달러 강세 흐름까지 더해지며 1,120원대로 들어섰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난민 정책 합의가 불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독일 내부에서도 같은 문제로 정치적 불안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독일 대연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측면도 있다.
◇ "추세적 1,160원 열어둬야" vs "단기 급등세 빠르게 조절될 수"
서울 외환시장 딜러들은 최근 달러-원 환율 급등세가 심리적으로 부담된다고 하면서도 추세적으로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살짝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고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1,080∼1,090원대를 넘을 때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수입업체의 스톱성 결제가 계속 나오는 흐름"이라며 "7월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남북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오더라도 기업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 한 역내 수급상으로도 공급 우위는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다.
B 은행 딜러는 "1,120원대 안착하면서 지난해 중반 환율 수준으로 진입했다"며 "당시 고점이 1,160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오늘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120원대 자리 잡으면 1,16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며 "그러나 1,145원대에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 은행 딜러는 "다른 통화와 다르게 움직이는 게 결코 아니다"며 "추세적으로 상단이 열렸는데, 현 상황에서는 1,135원 정도는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갑자기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심리가 쏠리는 게 보이는데, 아래쪽으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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