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개방경제의 비애…스웨덴 릭스방크의 '환 방어'>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방크)이 자국 통화 가치의 강력한 약세 요인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9일(현지시간) 릭스방크의 최근 '환 방어' 스탠스가 채권·외환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했다. 스웨덴 크로나화는 주요 선진국 통화로 분류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구조로 인해 글로벌 무역 갈등에 취약하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릭스방크는 지난 6일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레포)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마이너스(-) 0.5%로 유지했다. 은행은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는 12월이나 내년 2월 회의 때 25bp 인상될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은 오랫동안 확장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로나화는 중앙은행의 발표 직후 급락했다. 하루가 지나 반등하기는 했지만, 주요 선진국 통화 가운데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최악의 수익률을 유지했다.
◇ 환율 방어에 집중하는 릭스방크
크로나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로는 10% 이상 떨어졌고, 유로 대비로는 7% 넘게 하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릭스방크는 정치보다도 더욱 큰 스웨덴 통화의 약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서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은 지난 2년간 유로화의 주요 약세 재료였다. 스웨덴 역시 지난 주말 총선이 실시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겪고 있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중앙은행이 훨씬 큰 것으로 진단됐다.
릭스방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9%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크로나의 최근 하락세는 릭스방크의 변덕스러운(erratic) 포지션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MUFG은행의 데렉 할페니 외환 전략가는 "릭스방크의 금리인상 지연은 실제로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한, 과거 경험을 볼 때 은행은 명확한 경기 성장의 신호를 계속해서 무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NG은행은 "내년 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크지만, 계속해서 반복되는 릭스방크의 금리지연 역사는 내년 연말까지 동결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관측했다.
◇ 선진 통화이자 신흥국 특징을 가진 크로나
전문가들은 크로나화가 선진 통화임에도 신흥 통화의 특징을 일부 공유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스웨덴의 소규모 개방경제구조로 글로벌 무역 변동이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 등에 취약한 통화로 꼽히기 때문이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에 따르면 크로나화의 MSCI 신흥시장 지수 연관성은 주요 선진 통화 가운데 가장 크게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스웨덴의 이웃 국가인 노르웨이는 중앙은행 신뢰감이 높은 편이다. 노르웨이는 성장 전망이 크게 밝지 않은 데다 가계 부채 수준이 높고, 근원 인플레이션도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달 금리인상이 유력하다. 주요 산유국인 노르웨이는 크루드 원유 가격의 상승세로 수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크로네화는 올해 유로 대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FT는 "스웨덴의 경우 지난 주말 총선 실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정치 상황이 향후 중앙은행의 신중함에 대한 모든 변명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스웨덴 크로나화가 주요 10개국(G10) 통화 가운데 밑바닥 수익률을 보이는 지위를 위협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울리치 레츠만 외환 전략가는 "릭스방크가 지옥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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