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제도 개선] 해외송금 경쟁 가속…은행 입지 줄어드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그동안 은행이 독점해온 해외 송금시장을 증권사와 카드사에 개방했다.
최근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를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에 이어 증권사와 카드사란 새로운 도전자까지 맞이하게 된 만큼 은행들은 해외송금 시장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혁신 성장과 수요자 중심 외환제도ㆍ감독체계 개선 방안'의 핵심은 그간 해외 송금시장에 굳게 걸려있던 빗장을 비(非)은행 금융기관에 열어줘 경쟁적 환경을 조성한 데 있다.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증권사와 카드사도 건당 3천 달러, 연간 3만 달러 이내 범위에 한해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됐다.
지역의 단위 농협과 수협의 연간 송금 한도는 현행 연간 3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소액 송금업체의 한도도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상향됐다.
국내 개인 고객의 해외송금 시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7억 달러 정도다.
지난해 7월 핀테크 업체에도 해외송금 시장의 문이 열리면서 20여 곳의 소액 해외송금업 업체가 등장했지만, 제한된 송금 한도와 이용의 편의성 탓에 사실상 이 시장은 은행이 독점해 온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은행에 위기감을 불러온 것은 카카오뱅크였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 10분의 1 수준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은행들도 덩달아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올해 4월 케이뱅크마저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금액에 상관없이 건당 5천 원 수준으로 적용된 수수료 체계는 기존 은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충분한 유인책이었다.
시중은행들은 서비스의 편의성을 강화하며 대안 마련에 분주히 움직였다.
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송금 절차 축소와 외국인 노동자 등을 위한 전용 송금센터, 주말 송금 서비스, 그리고 해외 은행과의 제휴 및 송금 가능 국가 확대 등이 그 예다.
이처럼 이미 해외송금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등장한 카드사와 증권사는 기존 은행 고객을 뺏어오기 충분한 입지를 갖췄다는 점에서 은행에 압박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경우 모바일을 통한 주식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증권사 CMA 통장을 주거래 통장으로 활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카드사는 이미 결제 계좌와 연계한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한 곳도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증권사 계좌가 고객들에게 주거래 통장이 된 지가 꽤 지났고, 해외송금 수요가 있는 고객들이 주식 거래를 하는 비중도 큰 편"이라며 "은행이 독점해온 시장 한 곳이 열렸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만큼, 이제는 특화한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수료 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과거 수십 년간 국제금융가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의 결제 시스템 망을 이용하던 해외송금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수수료가 이미 많이 낮아졌지만,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선 출혈 경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연간 15조 원 정도의 해외송금 시장의 수수료가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후 많이 낮아졌지만, 이번에 연간 송금 한도가 늘어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한 추가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증권사나 카드사가 어느 정도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하는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외환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금융권 분위기에 대해 금융당국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6년 3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통해 은행 중심의 외국환 업무 빗장을 풀려 했지만, 해외송금이란 핵심 영역은 여전히 은행의 몫이었다"며 "시장 진입규제가 풀렸으니 더 많은 플레이어가 등장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주의사항
※본 리포트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외부기관으로부터 획득한 자료를 인용한 것입니다.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