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포고만 없을 뿐…연준, ECB發 '환율전쟁' 속으로
  • 일시 : 2019-07-31 08:43:36
  • 선전포고만 없을 뿐…연준, ECB發 '환율전쟁' 속으로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선전포고만 없을 뿐 이미 전 세계는 환율전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목할 점은 이번 환율 전쟁의 시발점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라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유럽보다 훨씬 더 좋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번 주 금리를 내리려고 한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준의 행보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ECB의 주요 정책금리는 마이너스(-) 0.4%로 연준의 기준금리인 2.25%~2.50%와 비교하면 거의 3%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매체는 연준이 대외적 요인, 즉 글로벌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금리를 내리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요인인 금리 차 확대 우려가 금리 인하의 근거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히려 그동안 금리 인상을 주도하며 시장의 리더였던 연준을 올해는 추종자(follower)로 변모시켰다고 WSJ은 진단했다.

    물가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며 신흥시장의 금리 인상을 동반 촉발하다 이제는 다른 나라들의 금리 인하 행렬에 이끌려 같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5년 연준은 경제성장을 과열시키지도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금리 수준을 3%로 간주하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낮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까지 연준의 기준금리는 2.25%로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높아졌으며 일부 국가들, 특히 신흥국들은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를 초래했고,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중단한 이유가 됐다.

    올해 들어 유럽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악화했고, ECB는 급기야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시사해 전 세계 국채금리를 떨어뜨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ECB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유로화를 달러 대비 절하시키고 있다고 비난했고, 연준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지적은 트럼프가 촉발할 환율전쟁 우려를 낳았고, 실제 백악관 관료들은 달러 가치를 절하시킬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준 당국자들은 트럼프의 압박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이들의 논리는 트럼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실제 만성적인 유로존의 수요 둔화는 유로존의 중립금리를 낮추고 이는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유로존의 무역흑자를 늘리는 데 일조한다.

    트럼프가 언급한 불공정한 경쟁적 절하는 무역과 자본 흐름이 개방된 국가들 사이에서 통화정책의 작용으로도 나타난다. 즉 양측의 논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2017년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통화 절상을 피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아래로 내리는 경쟁에 나설 때 이는 비효율적 환율전쟁이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환율전쟁은 저금리를 촉발해 더 강한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제로섬 게임이 아닌 플러스섬 게임이라는 것이다.

    클라리다는 같은 해 말 한 외신에 기고한 글에서 시장 변동성이나 수출을 축소하는 달러 강세를 유발하지 않기 위해 미국 금리가 글로벌 금리와 비교해 벌어질 수 있는 한계점(limit)이 있다고 지적했다.

    클라리다의 발언은 미국 금리가 글로벌 금리 대비 어느 정도 벌어지면 이를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준 당국자들은 금리 결정에 ECB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ECB는 채권시장에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또다시 연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 6월 초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독일 국채 금리가 -0.24%에서 -0.32%로 떨어졌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내정자가 드라기의 부양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리 낙폭은 확대됐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작년 말 2.7%에서 최근 2.1%까지 하락했고, 장기 금리가 단기금리를 밑돌면서 리세션 우려가 증폭됐다.

    미국 경제 지표상 경기침체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연준은 수익률 곡선 역전을 금융 환경이 크게 긴축돼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으며, 이는 결국 연준 당국자들의 금리 인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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