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패닉에…외환보유액 충분한가 '갑론을박'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임하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에 금융시장의 외화 유동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지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약 4천92억 달러로, 지난 1월 기록한 역대 최고액에서 소폭 줄어든 수준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높아진 글로벌 스탠다드와 코로나19에 따른 달러 수요 급증에 외환보유액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 진화해 온 글로벌 스탠다드…일부 기준에는 미달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 수십년간 다양한 위기를 겪었고, 국제 금융기관과 전문가들은 이에 대응해 각국의 경험을 고려한 여러 외환보유액 측정 기준을 발전시켰다.
그 가운데 가장 전통적인 외환보유액 기준은 국제통화기금(IMF)이 1953년에 내놓은 3개월치 수입액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근 3개월(2019년 12월~2020년 2월) 수입액은 1천236억 달러로 외환보유액 4천92억 달러는 이를 가볍게 상회한다.
1999년에 나온 '그린스펀-기도티 룰'은 외환보유액으로 단기 외채를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보다 발전시켜 단기 외채와 3개월 수입액을 합한 금액이 외환보유액보다 작은지를 살피기도 한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단기외채 규모는 1천345억 달러고, 이를 3개월 수입액과 합하면 2천581억 달러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적정 외환보유액 판단에 자본 유출입을 더 반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융이 발달하고 자본 시장 개방도가 높은 나라에는 광의통화(M2)의 20%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해외자산에 대한 잠재적인 국내 수요에 근거한 기준이다.
지난 1월 우리나라의 M2(평잔)는 2천927조5천억 원으로, 이의 20%를 달러로 환산하면 약 4천658억 달러다. 외환보유액보다 566억달러 더 많다.
IMF는 2011년에 ARA(Assessing Reserve Adequacy) 기준을 제시했다. ARA는 수출액과 통화량, 단기외채, 기타 포트폴리오를 조합한 계산 결과의 100~150% 수준을 적정한 외환보유액으로 본다. 가장 최근인 IMF의 작년 2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RA는 112.3%를 나타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04년 내놓은 외환보유액 기준은 3개월치 수입액과 단기외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3분의 1,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 현지 금융잔액을 포함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이 금액을 8천300억 달러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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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학계 '갑론을박'…한미 통화스와프 있다면 안심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가 판단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지다 보니 금융시장과 학계에서도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전일 정부가 발표한 달러 유동성 대책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다면 외환 우려를 크게 덜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통의 인식을 나타냈다.
전일 기획재정부는 금융시장의 달러 부족 현상에 대응해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25%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달러 공급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시장은 당국의 선물환 한도 확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으나 외환보유액 이용 가능성 언급에는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며 "개입 등을 통해 유동성 이슈가 풀릴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패닉 분위기가 다소 잠잠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한 참가자는 "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며 "4천억 달러대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은 과거 금융위기 경험에 따른 트라우마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지금까지 나온 대책을 가격에 반영했지만 스와프 베이시스 역전이 여전히 확대된 상태"라며 "시장이 대책을 충분하다고 여기지 않았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가 있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계 전문가들은 무역과 금융 개방도가 모두 높은 우리나라의 특수성과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의 달러 수요 급증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가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시장의 해외 자금 비중이 높고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세계 자본시장 대비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환보유액을 믿고 완전히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며 "자본 유출이 가속화할 경우 외환보유액 상황에 어느 정도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종 교수는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달러가 부족하고 한·일과 한·미 통화스와프는 종료된 상태"라며 "우리나라의 단기 외채비율은 상승하고, 무역 의존도는 높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어 조속히 외환보유액을 두 배로 확대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와 한일 통화스와프의 체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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