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기금에서 추경재원 2.8조 꺼낸 이유는
  • 일시 : 2020-04-16 10:00:22
  • 외평기금에서 추경재원 2.8조 꺼낸 이유는

    달러-원 환율 당분간 높은 수준…원화자산 필요성 감소

    오히려 외평기금 이자비용 감소 효과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기획재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 보낼 예탁금 가운데 2조8천억원을 줄여 7조6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재원의 3분의 1 이상을 외평기금에 쓰일 돈으로 조달한 셈이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이다. 당분간 달러-원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원화 자금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원화로 미국 달러를 매수해야 하는 필요성이 줄었다는 의미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9조7천억원 규모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에는 적자국채 발행이 없다.

    국가채무비율을 고려해 7조6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빚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기재부는 외평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외평기금에 쓰일 돈을 일반회계로 돌려 추경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올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빌려줄 돈은 총 12조원 수준이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을 뜯어본 결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예견한 것이 뒷받침한다.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원화는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외평기금 원화에 대한 필요성이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외평기금은 시장 개입용 자금으로서 '원화'는 달러-원 환율이 급락(원화 강세)할 때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공자기금은 외평기금에 빌려줄 2조8천억원을 축소하고, 이를 일반회계로 이관해 추경용 자금으로 활용하게 한 것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과거에도 공자기금은 부족한 재원을 대주는 저수지 같은 역할을 했다. 전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평기금으로 갈 재원을 추경용 자금으로 쓰는 만큼 국가채무비율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다만, 일반회계로 계상되는 만큼 재정수지에는 악영향을 준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으로 통합재정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로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재정 활동을 볼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는 -4.3%로 역시 0.2%포인트 하향 조정된다.

    외평기금에서 2조8천억원이 떠난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작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충분한 시장 개입성 원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필요하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

    오히려 외평기금의 재정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재부는 지난 2018년까지 외평기금에서 43조4천억원의 적자를 봤다. 2조8천억원이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이자 비용도 적어지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일부에서는 보유 원화로 달러를 조달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가 달러를 사들이면 수급 불균형이 생겨 오히려 달러-원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적정환율을 위해 달러를 다시 풀어야 한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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