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CM 이후 최대 펀드 소동극 되나'…아케고스 사태 전말
  • 일시 : 2021-03-30 09:10:28
  • 'LTCM 이후 최대 펀드 소동극 되나'…아케고스 사태 전말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의 투자회사 아케고스 캐피털과 관련된 거액의 거래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케고스가 주가 하락에 따른 마진콜로 대규모의 블록딜에 나서면서 미국 미디어 기업과 중국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월가가 술렁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제의 투자회사가 미국 금융규제의 대상에서 제외돼 과도한 위험을 취해왔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맹점을 찌른 이번 소동의 전말에 대해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26일 미국 미디어 기업 비아콤CBS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일부 중국 기업 주가가 돌연 급락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A: 미국 골드만삭스가 26일 거액의 블록딜을 실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블록딜은 거액의 투자자가 금융기관을 통해 특정 종목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거래 상대방에게 매각 혹은 매수하는 거래를 말한다. 주가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거래소 바깥에서 이뤄진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골드만 외에 모건스탠리도 대량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딜 자체는 드물지 않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보고되는 것은 종목명과 금액으로, 매도자와 금융기관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서 골드만이 취급한 것만 총 100억달러(약 11조3천억원)를 넘어 하루 거래치고는 이례적인 규모로 알려졌다. 골드만이 다수의 매수 후보자들에게 거래를 타진했기 때문에 시장관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매도자와 관련한 다양한 억측이 난무했고 주가 하락에 박차가 가해졌다.



    Q: 매도자로 알려진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어떤 투자회사인가.

    A: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빌 황이 개인자산을 운용·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투자회사(패밀리오피스)다. 연기금이나 보험 등 외부 투자자들의 자금을 맡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유명 투자가인 줄리언 로버트슨이 설립한 타이거 매니지먼트 출신이다. 아시아 주식 전문 헤지펀드를 세웠으나 폐쇄 후 자신의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아케고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케고스는 황씨의 개인자산 100억달러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융기관 차입(레버리지 거래)으로 실제 운용 규모는 그 몇 배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Q: 아케고스는 왜 보유주식을 던져야 하는 상황에 처했나.

    A: 아케고스의 운용성적이 악화되자 금융기관이 추가 담보와 레버리지 인하를 요구한 것 같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황씨 측이 추가 담보 요구에 불응함에 따라 일부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행사해 아케고스의 보유자산을 처분했다. 1998년 거액의 손실이 발각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이래 (최대) 펀드 파탄극(破綻劇)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거래에서 손실이 커졌는지는 불분명하다. 시장에서는 비아콤CBS의 증자 발표가 발단이 됐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비아콤CBS의 주가는 한때 연초 대비 2.5배 상승했지만 증자 발표로 23일 주가는 전일 대비 9% 급락했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소수의 종목에 크게 거는 전략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Q: 노무라홀딩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는 왜 거액의 손실을 입게 됐나.

    A: 노무라와 CS는 골드만이나 모건스탠리와 마찬가지로 헤지펀드, 패밀리오피스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 업무를 하고 있다. 투자자금 융자 외에 증권 보관 및 결제, 차주(借株) 조달 등이 주요 업무다. 투자은행은 헤지펀드를 상대로 거액의 수수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으며 고객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노무라나 CS는 아케고스에 여신 서비스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거래 내역은 밝혀지지 않았다. 충분한 담보를 잡고 있었는지 등 리스크 관리 체계가 향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Q: 리먼 사태 이후 실시된 금융규제 개혁으로는 이와 같은 펀드의 고위험 거래에 제동을 걸 수 없나.

    A: 도드-프랭크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모펀드(헤지펀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 의무가 있다. 거래 기록을 보존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당국에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반면 패밀리오피스는 SEC 등록 및 보고가 임의로 이뤄진다. SEC의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아케고스는 당국에 등록된 기록은 있지만 최근 대량보유종목은 공표하고 있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케고스는 금융파생상품의 일종인 스와프 거래를 활용, 일부 종목의 보유 비중이 사실상 발행주식의 10%를 넘는 케이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거래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 상에 '보유종목'이 얹힌 상태에서 손익만 펀드와 금융기관이 교환하는 거래다. 보유비중이 10%를 넘는 경우 내부 관계자로서의 신고가 필요하지만 아케고스는 스와프를 활용해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Q: 향후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A: 아케고스는 황씨의 개인자산만을 운용하고 있어 현재 피해는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 노무라와 CS 이외에 거액의 손실이 전망된다고 발표한 금융기관은 없다.

    CNBC는 29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모건스탠리가 대량 매도를 마무리했음을 고객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아케고스 관련주'는 하락세가 그칠 조짐을 보였지만 반등 기세는 아직 약하다. 시장은 다른 헤지펀드가 레버리지 인하나 포지션 해소를 재촉당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가능성이 있다.



    Q: 헤지펀드 규제에 대한 파급은.

    A: 아케고스는 복수의 금융기관으로부터 여신을 받아 고위험거래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다. 각 은행들이 적절하게 심사하고 있었다 해도 거래 전체의 리스크량을 파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의 신용거래계좌를 통한 대출 잔액은 올해 2월 기준으로 8천136억달러(약 921조원)로 사상 최대였다. 헤지펀드나 개인이 저금리 환경에서 차입을 확대하고 있어 충격에 취약한 시장 구조라고 할 수 있다.

    1월 하순 게임스톱 소동에서 헤지펀드에 의한 과도한 공매도가 드러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이 규제와 감시 강화를 요구했다.

    이번 주가 급락 소동으로 펀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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