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디커플링] ① '완화' 버튼서 손 떼는 중앙은행들
[※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발생한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일제히 비상조치를 꺼냈던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뚜렷해진 경제 회복과 물가 상승에 서로 다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상황과 향후 시장 영향을 전망해 보는 기획 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 방향으로 달리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차별된 행보를 걸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회복 기대감, 커지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놓여있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지속적인 경제 회복세를 확인할 때까지 초완화적인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인 반면 캐나다와 브라질 중앙은행 등 일부 중앙은행은 위기 대응 조치를 일부 되돌리고 있다.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연준은 '강한 경제의 실질적인 증거'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이와 같은 통화정책 디커플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캐나다, 주요 국가 중 첫 완화 축소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출구'로 발을 내디뎠다.
이달 21일 BOC는 기준금리를 0.25%로 유지하면서도 양적완화(QE) 규모를 주간 40억 캐나다달러에서 30억 캐나다달러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중앙은행은 앞서 작년 10월 회의에서도 QE 규모를 줄인 바 있다.
BOC는 성명에서 "이러한 (양적완화 규모) 조정은 경제회복의 진전을 반영한다"며 "세계 경제와 캐나다 경제 전망이 모두 개선됐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제활동이 예상보다 더 양호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위기 도래로 작년 3월 말 BOC는 기준금리를 제로에 가까운 0.25%로 긴급 인하하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같은 달 캐나다 상·하원은 820억 캐나다달러(약 73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이와 같은 당국의 노력과 백신 개발 진전으로 캐나다 경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2분기에 전기 대비 11.4% 급감했다가 3분기 8.9% 증가로 돌아섰고 4분기에는 2.3% 증가했다.
경제 회복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BOC는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은 지난 1월 예상한 것보다 상당히 강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전 예상치보다 2.5%포인트 높은 6.5%로 제시했다.
인플레이션도 기저 효과에 힘입어 향후 몇 달간 일시적으로 1~3% 범위의 상단 부근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BOC는 "2%의 물가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때까지 정책 금리를 유효 하한선으로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물가 목표의 지속적인 달성이) 2022년 하반기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종전 2023년에서 앞당겨진 것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택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완화 축소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완화 지속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세계 각국의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캐나다의 상승률은 작년 10~12월 전년동기대비 14.5%를 기록해 3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저금리로 주택투자가 활발해지면서 경기 회복세에 힘을 실었지만 투기적인 거래 증가로 국민들의 주택 취득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뚜렷해졌다.
퍼포즈 인베스트먼츠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가스페달에서 발을 떼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향후 발생할 일을 알려주는 신호"라며 "(완화 축소는) 올해 하반기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일부 국가는 기준금리↑…"추가 인상 잇따를 듯"
다른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경제회복에 위협이 되는 물가 급등을 저지하기 위해 긴축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에 작년 8월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던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 3월 금리를 2.75%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2015년 7월 이후 거의 6년 만이며, 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폭이 컸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작년 브라질 물가 상승률은 4.52%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1%를 기록해 중앙은행의 목표치 상단인 5.25%를 훌쩍 넘었다. 지난 1월과 2월 기준 물가 상승률은 각각 4.56%, 5.2%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헤알화가 약세를 보이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폭이 점점 확대됐다.
1990년대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구스타부 로욜라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조만간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큰 폭의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에 나섰다. 러시아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5.0%로 0.50%포인트 올렸다.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올 초 달러화 강세에 따른 루블화 약세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조짐을 보이자 중앙은행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러시아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8% 상승해 4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중앙은행의 공식 물가 목표치 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크세니아 유다에바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상당하다"며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요인도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연말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3.7~4.2%에서 4.7~5.2%로 변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는 4월 금리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폭이 재차 0.50%포인트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터키도 지난 3월 리라화 가치 방어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기준금리를 17%에서 19%로 2%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이 예상한 0.50%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다만 고금리에 공공연하게 불만을 나타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상을 주도한 나지 아발 중앙은행 총재를 경질하면서 추가 인상은 멈춘 상태다. 이달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9%로 유지했다.
선진국 가운데서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앞당겼다. 중앙은행은 "경제 활동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정상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며, 저금리 장기화로 금융 불균형 위험이 커졌다"며 "올해 하반기에 정책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종전에는 내년 상반기 첫 금리 인상을 점쳤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 회복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편으로 주택 등 자산 가격이 과열되고 있다며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융완화 정책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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