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매, 나중은 비둘기"…채권시장 판단이 합리적인 이유
(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채권시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으로 평가됐다. 동시에 연준이 지금은 매파적일 수 있지만, 결국에는 비둘기로 돌아갈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27일(현지시간)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앞당기고 인플레이션의 잠재적 위험성을 분명하게 언급했다"며 "반대로 투자자는 연준이 너무 매파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달 FOMC 뒤에 시장은 다소 출렁였지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BI는 설명했다.
매체는 "본질적으로 시장은 연준 위원들이 지금은 인플레이션에 겁을 먹고 있지만, 나중에는 제정신이 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장의 이런 판단이 옳다고 생각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연준, 지금은 매파적으로 보이는 이유
연준의 경제 전망 등에 따르면 성장과 실업의 예상치는 크게 바뀌지 않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의 예상치는 크게 바뀌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데는 이런 부분이 크게 고려됐을 것이다.
BI는 "연준의 경제 전망치는 이들이 순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 인상에 다가섰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동시에 연준이 명확한 지표상의 움직임을 보고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최근 들어 '지표'가 아닌 '예상'에 기초한 언급이 늘어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낮은 실업률과 높은 노동 참여, 전반적인 임금 상승세 등을 나타내는 매우 강력한 노동시장으로 향해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FOMC는 올해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상승세를 '평균' 2%인 목표치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수준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팬데믹 이전 추세를 훨씬 웃돌기 때문에 2% 미만의 인플레이션만으로도 몇 년 후에 금리 인상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BI는 "연준의 매파적 기조는 잠깐(for a little bit)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체는 "3월 FOMC는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하고 금리 전망치는 유지했지만, 6월에는 성장률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금리 전망치는 상향했다"며 "앞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이나 고용 전망이 완만하게라도 개선되면 금리 인상에 더욱더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서 "파월 의장은 이달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의 핵심 전조인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감축(테이퍼링)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논의가 테이퍼링에 대한 것이라면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보다 더욱더 매파적인 신호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 "나중에는 '비둘기 서프라이즈'"
연준이 나중에 가서 비둘기파적 기조로 돌아서게 될 주요 원인도 역시 인플레이션이다. 연준이 지금은 일시적인 압력에 약간의 의구심을 표시할 수도 있지만, 일시적인 압력은 여전히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는 게 BI의 설명이다.
지난 몇 달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의 절반 이상은 자동차 가격과 경기 재개 관련 산업과 연관됐다. 자동차는 결국 생산이 회복되어 재고가 풀리고 가격은 내려갈 것이다. 경기 재개는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한 번만 있는 일이다.
BI는 "인플레이션이 식어가는 환경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서 물러서기가 훨씬 더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FOMC의 금리 예측 분포도인 점도표(도트 플롯)를 보면, 위원 간에 정책적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지는 않고 있다.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오는 2023년으로 당겨졌지만, 위원들 간 분산의 정도가 심하다.
오는 2023년 금리 인상을 전망한 위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다. 이들의 견해는 불균형적으로 과도한 관심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BI는 지적했다.
매체는 "연준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인사들의 연설 내용은 이(조기 금리인상) 견해에 더욱더 저항이 강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마지막으로 FOMC 위원들이 교체되며 점도표 내용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연준 이사회 구성에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과 랜들 퀄스 부의장의 임기가 각각 내년 1월과 올해 10월에 만료된다.
BI는 "이사회 내에는 아직 채워지지 않은 공석도 있다"며 "바이든 정부의 연준 지명자들은 FOMC 내에서도 가장 비둘기파적일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인 관측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채권 투자자는 향후 연준이 저지를 사소한 정책적 실책에 맞춰 커브 플레이 등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진단됐다. 특히, 테이퍼링 결정이 발표된 이후인 올해 연말께 연준의 정책 스탠스가 꼬일 수 있다는 게 BI의 분석이다.
매체는 "연준이 올해 연말 작은 실책들을 범하면 채권 커브는 지금보다 1년 뒤에는 더욱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게다가 경기 회복세 속에 부양책에서 어느 정도 물러섰던 연준은 경기 순환 주기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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