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흑자' 신영증권의 패밀리 비즈니스는 유효한가
  • 일시 : 2021-08-25 08:50:59
  • '50년 흑자' 신영증권의 패밀리 비즈니스는 유효한가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정지서 기자 = '50년 흑자'라는 국내 유일의 수식어를 쓰는 하우스 신영증권이 기로에 섰다. 반세기 동안 작지만 강한 오너 증권사의 면모를 지켜왔으나 달라진 업황은 신영증권에도 변화를 요구하는 모양새다.

    국내 증권사 모두가 역대급 실적잔치를 벌인 올해 2분기(4~6월), 신영증권은 지난해 보다 역성장했다. 세상의 변화에 눈뜨려는 듯 조직안에선 태스크포스팀(TFT)이 한창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은 올해 1분기 37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22% 줄어든 규모다. 특히 전체 영업수익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물론, 지난해 실적이 이례적으로 많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세전순이익 615억 원 중 절반은 수수료 수익(343억 원)이다. 이중 신탁보수와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이 더해진 기타 수수료 수익(186억 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수수료 수익 구조가 보여주듯 신영증권은 종합자산승계솔루션 서비스를 기반으로 WM(자산관리) 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해왔다. 업계에선 이를 '패밀리 비즈니스'라 부른다.

    APEX 패밀리 오피스 본부와 패밀리 헤리티지본부는 이러한 신영증권의 사업모델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조직이다. 충성도 높은 초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상품 소싱과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다.

    패밀리 비즈니스는 유효했다. SK증권은 최근 패밀리오피스 추진실을 출범시키고 신영증권의 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신영증권의 사업 모델을 따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대를 잇는 충성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세상의 변화는 급격히 빠르다.

    카카오, 토스와 같은 플랫폼 기반의 금융 서비스에 익숙한 세대에겐 편리함이 최고의 선이다. 그들에게 충성도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몇 년 새 신영증권은 3040 세대로 대변되는 차 과장급 인력 유출을 대거 경험했다. 새로운 곳으로 옮긴 이들 대부분은 신영증권의 사업모델에 한계를 느껴서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실제로 지난해 신영증권의 시장 수수료 수익 점유율은 0.72%. 1%가 채 되지 않는 시장 점유율은 최근 꾸준히 하락세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익 규모는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떨어졌다. 돈은 벌었으나, 남들보다 덜 벌었단 얘기다. 상대적 박탈감은 젊은 직원들에겐 노동 의욕을 꺾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달라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신영증권 내부에선 부쩍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신영증권은 인텔리전스전략실에 디지털사업TFT를 발족했다.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담당하는 곳에서 디지털을 내세운 TFT의 가동은 큰 변화다. 그도 그럴 것이 신영증권은 최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보애널리스트 서비스도 시작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던 원국희 신영증권 회장이 1971년 서울대 동문과 자금을 모아 신영증권을 인수한 이래, 신영이란 브랜드는 오너 증권사에서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았다.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욕심내지 않는다는 원 회장의 보수적인 경영 방식은 50년 연속 흑자를 가능케 했다.

    그의 아들 원종석 대표이사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이끌기 시작한 지 만 10년 만에, 신영증권은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하며 정통 '신영 맨'들을 원 대표이사의 러닝메이트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 바통은 지난해 6월 신요환 대표이사를 지나 황성엽 대표이사에게로 넘어갔다.

    모든 증권사가 자기자본 경쟁에 뛰어든 지금, 신영증권은 일찌감치 자신들에게 그 경쟁이 무의미함을 알았다. 신영증권의 자기자본은 여전히 1조 원대다.

    하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무리하게 곳간을 열지 않더라도, 패밀리 비즈니스만으로는 신영증권이 그간 내세워온 가장 큰 강점인 '업황과 관계없는 꾸준한 실적 시현'이 어려워진 시대가 도래했다.

    2007년,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국내에서 톱 픽 증권사로 신영증권을 꼽았다. 6% 배당 수익률만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하지만 2021년을 사는 워런 버핏이 여전히 신영증권을 내세울 수 있을까.

    한 증권사 임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신영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최후까지 살아남을 몇 안 되는 하우스였다"며 "패밀리 비즈니스는 여전히 성장의 가치가 있지만 세대를 아우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시계가 빨리 도는 여의도에서 변화 없이 안전한 곳이 없다"고 귀띔했다.

    sykwak@yna.co.kr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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