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파생 개시증거금 시행 코앞인데…제도 불확실성 여전
  • 일시 : 2021-08-31 15:52:51
  • 장외파생 개시증거금 시행 코앞인데…제도 불확실성 여전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금융기관들이 비청산 장외파생상품 거래 시 일종의 담보를 적립해야 하는 개시증거금 제도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도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과 거래 금융기관 사이에 증거금 위탁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계좌관리계약서(ACA)'의 국제적 정합성이 논란이 되면서 계약서 작성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제도 시행이 임박한 시점까지도 제도적인 기반 요건이 명쾌하게 정리되지 못한 현 상황은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시증거금 제도 내일 시작…계약서 양식도 확정 못 한 현장

    31일 금융시장 및 감독 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장외파생상품 잔액규모가 70조원 이상인 금융기관의 개시증거금 제도가 시행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총 72개 국내 금융사가 해당한다. 사실상 중요 금융기관은 대부분 개시증거금 제도를 시작하는 셈이다. 국제적으로도 9월부터 일제히 해당 제도가 시행된다.

    일선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개시증거금 적립을 위한 법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기관은 증거금을 예탁결제원에 예치하게 된다. 이를 위해 각 금융기관은 거래상대방은 물론 결제원도 포함된 ACA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외국계기관을 중심으로 결제원이 마련한 ACA 표준계약서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계약을 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ISDA(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는 지난 27일 예탁원 및 일선 금융기관 담당자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결제원의 ACA가 국제적인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ISDA의 법률문제 대표하는 A&O(alle&overy)가 이런 견해를 표했다. A&O는 그러면서 계약 당사자 간 이 부분을 조정할 수 있는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증거금으로 예탁한 채권에서 발생한 이자의 소유권 문제 등이 핵심 이슈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원은 이 부분은 국내법과 영미법의 체계가 달라 발생하는 문제로, 국내법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고 ISDA 측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탁원의 관계자는 "ACA와 관련한 문제는 모두 다 해결된 상황"이라며 "ISDA에서도 이자 문제 등에 대해 영미법과 다른 점이 있다는 정도를 언급한 것인데, 일선 금융기관에서는 아직 오해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ISDA에서 명확하게 인정해주지 않은 계약양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가 난감하다는 입장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에 맞춰 외국계은행 등과 계약을 맺어 놓으려는 국내기관들도 계약 체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차질 없다지만…제도 시행 코앞까지 혼선 '황당'

    일선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에서는 ACA 문제를 둘러싼 혼선이 아직 남아 있지만, 당장 시장에서의 거래에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9월1일부터 제도가 시행되지만, 각 금융그룹별로 650억원까지 면제 한도가 부과된다. 거래상대방별로 적립해야 하는 증거금 규모가 650억원에 도달할 때까지는 증거금을 실제로 쌓지는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실제 증거금을 쌓아야 하는 시점은 연말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다. 그때까지는 개시증거금 적립 관련 계약서를 체결하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제 한도가 금융그룹별로 부과되는 만큼 각 금융그룹 상황에 따라 비은행 기관 중에서는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관련 계약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를 기존처럼 이어가는 것을 꺼리는 기관도 나올 가능성도 있다.

    개시증거금 제도의 도입이 오래전부터 예고된 사안임에도, 아직 논란거리를 명확하게 해소해 놓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거래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지만, 당장 9월 시행인데 아직 계약서 자체가 적합한지 안 한 지가 논란인 상황이 황당하긴 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도 "예탁원에서 ACA를 더 수정할 것 같지는 않아서 A&O가 제안한 보완조치를 수용해 (은행이) 맞춰가야 할 것 같다"면서도 "예탁원의 ACA 최종본이 지난 20일에서야 나오는 등 너무 임박해서 일이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의 "연초부터 계속해서 진행 상황을 체크해 왔음에도, 제도 시행 직전까지도 제반 여건이 완비되지 못한 것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면서 "다만 면제 한도 등 완충장치도 있는 만큼 향후 차질 없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예탁원 등과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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