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그림 그리는 고승범…'매파'의 가계부채 잡는 법
거시적 정책공조로 연내 부채 경감 가시화 '첫 미션'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김예원 기자 =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내정자로 지명된 이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료했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와 이에 따른 자산버블을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통한 가계부채 관리에 중점을 뒀다면 고 위원장은 거시적 통제를 위한 정책 파트너들과의 공조를 추가했다. 가계부채가 통화정책, 경기상황, 물가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감독·통화당국과 공통된 목소리를 내고 정책을 집중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 위원장이 취임 초기 보여준 매파적 기조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시장을 출렁이게 할 초강력 규제가 쏟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억제 효과가 연말부터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보고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매파 본색' 고승범…경제·금융·통화 공조 강화
6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공식 취임 직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 등과 잇달아 회동하면서 정책공조로 가계부채 문제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은이 긴축으로 통화정책방향을 확실히 틀어 연내 추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금융당국이 대출 억제 등을 통한 유동성 축소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고 위원장은 금통위원 재직시절에도 매파 색채가 강한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그는 지난 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하며 금융 불균형 시정 기조로의 전환을 이끈 바 있다.
고 위원장은 금융정책 수장이 되면서 이런 기조를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고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관련, "금리 인상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한 번 인상으로 (금융 불균형 해소가) 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이 최근까지 한은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하긴 했지만, 금융정책 수장이 통화정책에 대한 사견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더욱이 이 총재가 이에 대한 공조를 공식화하면서 고 위원장의 정책 방향이 더욱 확실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다음 스텝은 '실행'이다.
고 위원장은 오는 1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추석 연휴 전까지 정책금융기관장, 금융협회장과의 간담회를 연이어 계획하고 있다. 당국은 단순 상견례가 아닌 정책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이 자리를 통해 정부 당국이 가계부채에 공동대응하기로 한 만큼 이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할 계획이다. 규제 강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설명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이에 대한 의무감을 부여해 자발적인 실행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매파 성향인 고 위원장과 이 총재와의 만남은 앞으로의 금융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라며 "거시적으로 접근해 가계부채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잡고자 하는 의지다"고 말했다.
◇초강력 가계부채 대책 나올까…총량관리·실수요 투트랙 가능성
금융당국은 추석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출을 옥죌 수 있는 초강력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11월께 전망되고 있는 금통위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린다면 하반기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될 여지가 크다.
고 위원장이 방점을 찍은 부분은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 연결고리를 끊는 부분이다. 이에 가장 먼저 꺼내 들 카드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개선이 유력하다. 과도한 대출을 일으킬 수 없도록 상환능력에 기반한 대출 관행을 안착시키자는 취지다.
앞서 금융당국이 오는 2023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차주 단위 DSR 확대 도입 계획을 앞당기는 것이 유력하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내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에 대해, 2023년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에 대해 차주 단위 DSR이 순차 도입되는데, 해당 도입 일정이 예정보다 빨라질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고 위원장은 후보자 지명 이후 해당 추진 일정이 적정한지에 대해 살피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현재 차주 단위 DSR 규제가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는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제2금융권에 적용되고 있는 DSR은 60%로, 시중은행(40%)에 비해 높은 상태다.
이와 함께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취급 관행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기준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세자금 수요 지속 등으로 전월대비 증가 폭이 확대된 바 있다.
다만 동시에 실수요자·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절벽'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들에 대해서는 대출 문턱을 완화하는 '투 트랙(Two-track)'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소·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경우 오는 9월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재연장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 방역 상황을 고려한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주택담보대출은 확대할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3~4%대가 돼야 연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자산시장 등으로 흘러가는 등 불요 불급한 대출은 줄이지만 실수요자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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