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한창인데…금융업권 내부통제 개선안 '글쎄'
  • 일시 : 2021-09-07 10:12:23
  • 소송 한창인데…금융업권 내부통제 개선안 '글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우리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행정소송 1심 판결이 난 지 2주가 지나지 않은 가운데 6대 금융업권 협회가 내부통제 개선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금융사의 내부통제규범 위반 등을 인정하면서 사실상 '승소'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계의 움직임이 다소 섣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는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된 내용은 향후 금융사고시 이사회가 징계조치·개선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금융당국에 개선방향 제시 등으로 감독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련된 대책이야말로 정작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영진으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성 등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상황에서 금융사고 시 금융당국 대신 이사회가 징계조치 등을 마련하는 것은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 금융지주에서는 사외이사 선임시 지주 회장 등이 참여하는 주주총회가 선임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선임권이 사실상 경영진에 있는 만큼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이런 내용을 지적하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체질 개선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내 금융회사는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경영진 견제보다는 경영진 의사결정을 합리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내부통제 개선안이 제대로 효과를 보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이사회의 독립적인 구성"이라며 "국회에서 매번 '거수기'라고 지적받는 상황에서 CEO에 대해 징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에 제재가 아닌 개선방향 제시 등 원칙중심으로 감독할 것을 제안한 것도 과도한 요구라는 의견이다. 앞서 벌어진 사모펀드사태에서 금융회사의 잘못이 인정됐음에도 금융당국으로부터 불이익은 받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융협회가 금융당국의 직접 개입이 필요한 부분은 예측 가능성과 자의적 법 집행 배제를 위해 법률에 명시적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제안했지만, 금감원의 제재를 '자의적 법 집행'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금감원 간 행정소송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우리금융이 '금융상품 선정 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며 부실한 내부통제를 사실상 인정했다. 원고 승소 판결이긴 하지만 사실상 승소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 회장이 내부통제기준 작성업무에 대해 감독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원고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적법하다고 인정된 처분 사유의 한도에서 원고에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 관련 재량권 행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6개 협회가 원칙중심 감독 시 발생할 수 있는 실행력 약화문제를 협회의 자율규제기능 강화로 보완하겠다고 한 부분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협회는 어디까지나 각 금융사로부터 재원을 조성해서 운영되는 곳"이라며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역할일 뿐 실제로 금융사들을 이끌어나가거나 지도하는 역할을 하기엔 실질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기상조인 개선안을 무리하게 발표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DLF 소송과 관련해 금감원의 항소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데다 사모펀드 제재심의위원회 등도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방안에 참여한 보험·저축은행 등의 업권의 경우 사모펀드 판매와는 무관한 업권이기도 하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에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사의 잘못이 드러난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잘잘못을 가리는 와중에 자율성을 높여달라는 취지의 개선안을 내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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