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퍼펙트스톰' 경고한 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시장에 각종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 가능성을 다시 언급한 것은 그만큼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외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산시장에 거품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어질 경우 각종 대내외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선제적인 대응조치를 마련함으로써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 원장은 28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최근 국내외 리스크로 인해 주식, 부동산, 외환, 가상자산시장에서까지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호연계성과 상승작용으로 인해 파급력이 증폭하는 '퍼펙트 스톰'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헝다그룹 사태 등에 따라 중국 부동산 부문의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원장이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서 '퍼펙트 스톰'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월 취임사를 통해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 가능성, 거품 우려가 제기되는 자산가격 조정 등 다양한 리스크가 일시에 몰려오는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과 저금리 상황으로 부채가 과도하게 늘고 자산가격이 폭등했고, 그 결과 도처에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미국에서도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테이퍼링 개시를 시사했다.
중국은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규제로 최대 건설사이자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회복 둔화 및 양극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원장의 생각이다.
이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정책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고 위원장은 전일 경제·금융시장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익숙해져 있던 저금리와 자산시장 과열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경제주체가 직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칫 '밀물이 들어오는데 갯벌로 들어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0월 발표할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서는 상환능력 평가의 실효성 제고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총량관리의 시계(視界)를 내년 이후로 확장하고, 대책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매주 '대내외 리스크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갖고, 금융시장과 금융권 외화유동성의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필요시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과 협조해 감독 대응을 모색할 방침이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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