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1,200원 돌파] 고환율 굳어지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해 중순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1,200원대로 고점을 높였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2일 달러 강세의 여건이 강화된 점 등을 고려할 대 달러-원이 1,200원 내외의 높은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해외투자에 따른 자금 유출 등 환시의 수급 구도가 달러 매수 우위 양상으로 변한 점도 달러-원의 빠른 반락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다.
◇달러-원 1,200원대 회귀…일시적 급등 아니다
달러-원은 이날 오전 중에 1,200.4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해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1,200원 선을 상향 돌파했다.
서울 환시에서 달러-원 1,200원대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 코로나19 위기 전까지는 달러-원이 1,200원 선을 넘어선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10년의 남유럽 재정위기와 남·북 긴장이 겹친 시기, 중국 증시의 폭락과 국내에 투자하는 초대형 펀드의 채권 자금 헤지가 겹쳤던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의 이벤트가 있었던 2017년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는 달러-원이 단기간 1,200원대에 머물다가 곧바로 급락세를 타는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에는 달러-원이 1,200원대에 머무르는 기간이 확연히 길어졌다. 지난해 달러-원은 2월 초에 1,200원대로 올라섰고, 7월 말까지 약 5개월간 1,200원 부근 레벨을 유지했다.
달러-원이 위기 상황으로 일시적으로 튀어 오른 것이 아니라, 해당 레벨에서 수급이 균형을 맞추며 팽팽한 거래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딜러들은 이번 달러-원의 1,200원대 진입도 단기적인 불안 성격은 아닌 것으로 진단했다.
달러-원은 9월 초 1,150원대를 시작으로 1달 이상 꾸준히 레벨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 투기적 수요보다는 연기금 해외투자 물량 등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달러-원의 상승을 지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금통위에서 달러-원이 다른 통화 대비 큰 폭 올랐다면서도 그 배경으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매수와 함께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등 국내 수급 요인도 가세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단적으로 국민연금은 올해 해외 주식과 채권에만 36조 원가량을 순투자할 계획이다. 대체투자 순증 약 18조 원 중 해외 투자분까지 합치면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 규모는 더 늘어난다.
여기에 환 헤지를 중단한 국민연금에 이어 다른 주요 연기금들도 헤지 비율을 줄이는 추세다. 동일한 규모 해외 투자라도 현물환 달러 매수 규모가 더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른바 '서학개미'인 개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도 급증한 등 달러 매수 요인이 우위다.
반면 외국인의 해외 투자는 부진하다 증시에서는 연초 이후 30조 원 가량이 순유출됐다. 채권시장으로는 올해 들어 외국인의 국채 및 통안채 보유 잔액이 50조 원 이상 증가했지만, 환 헤지를 거친 재정거래 성격 투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물시장의 달러 매도 요인으로의 영향력은 경감된 셈이다.
◇달러 강세 국면도 지속…고환율 레벨 유지 가능성
딜러들은 이에따라 달러-원이 단기간 내 빠르게 반락하기보다는 차츰 레벨을 높여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달러-원이 역내 수급 구도의 변화 등으로 그동안 다른 비교 통화 대비해서도 가장 많이 올랐다"면서 "앞으로 달러 강세 흐름에서도 추가 절하를 피해갈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달러는 미국 9월 고용지표의 부진 등에도 꾸준한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인식과 함께 최근 유가 급등 등 물가 상황도 달러 강세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 등을 고려하면 달러 강세가 쉽게 진정되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JP모건은 최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68%가 연말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딜러는 "달러가 꺾이거나 역내 수급 상황에 변화가 있지 않은 한 달러-원의 상승 흐름이 바뀌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시장의 다른 딜러도 "달러-원이 위기로 인해 패닉성으로 오르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1,200원선 부근에서도 매수와 매도 수급이 활발하게 양쪽으로 다 유입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원이 1,160원대, 1,180원대 등으로 꾸준히 레벨을 높여온 흐름이고, 당국도 1,200원대 환율에 대해 용인하는 듯한 움직임이다"면서 "1,210원선 등을 고점으로 한 새로운 거래 레벨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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