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 고래 국민연금 어쩌나…손놓은 '전술적 환관리' 감사원도 발끈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초대형 달러 매수 주체로 자리매김한 국민연금을 두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늘어나는 해외투자를 고려하면 당분간 연금의 대규모 달러 매수는 지속할 수밖에 없겠지만, 전술적 외환관리 등 규정상 부여된 권한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환율의 급변동시 연금이 전략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음에도, 기계적인 달러 매수 혹은 매도만 단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말뿐인 '전술적 외환관리'…감사원도 '쓴소리'
국민연금은 2018년 말을 기점으로 모든 해외투자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0%로 조정했고, 해외투자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두 현물환 시장에서 사들이고 있다.
문제는 연금의 환시 달러 매수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해외투자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약 304조 원에서 6월 말 기준 358조 원까지 5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전체 운용자산 중 해외 비중은 36.5%에서 39.5%까지 늘었다.
연금은 2024년에는 총자산 1천조 원 중 해외자산이 5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는 등 해외투자를 꾸준히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환시에서의 달러 매수 규모도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원화에 상당한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달러-원이 1년여 만에 1,200원 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도 지속 유입된 연금의 매수 물량이 상승 압력을 가중한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았다.
달러-원이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이상 흐름 국면에서는 환 위험 관리 차원에서 선물환 매도 등으로 일부 포지션을 헤지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전술적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다.
연금은 환 오픈을 결정하면서 전체 외환포지션의 5% 내에서 '전술적 외환익스포저 관리'를 단행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적극적인 환위험 방어를 통해 기금 수익률을 제고한다는 것이 목표다.
연금은 하지만 사실상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연금은 지난 2018년 2월에서 8월 사이 해당 제도 도입 이후 처음 2천억 원 규모로 외환 익스포저를 줄이는 거래를 단행했지만, 약 100억 원 손실을 봤다. 첫 시도에서 손실을 기록한 이후에는 상당 기간 아예 전술적 환관리에서 손을 뗐다. 심지어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부여한 전결 한도인 1조 원도 부여하지 않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전술적 외환익스포저 관리에 대한 투자위원회 차원의 논의도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연금은 감사원의 지적 이후에도 전술적 환헤지 관련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연금은 지난해 2월~5월 달러-원이 급등하자 최대 6억 달러가량 환포지션을 줄이는 거래를 단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 현재까지 약 1년가량은 포지션을 설정하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물환과 스와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헤지에 나쁘지 않은 여건임에도 연금은 수요에 따른 기계적인 현물환 매매만 이어가고 있다"면서 "전략적인 판단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연금은 외환전략 전문가의 부재 등으로 인해 전술적 환관리를 적극적으로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외화매수 연금도 부담…해법은 '아직'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외화의 조달 문제는 연금도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이다.
연금은 지난해 내놓은 해외투자 종합계획에서 "단기외화자금 한도 상향 조정과 조달방식의 다양화 등을 통해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외화 조달 규모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달 방식 다양화 방안으로는 스와프를 통한 조달, 미국 단기채권으로 조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연금은 부연했다.
다만 이런 과제들에 대한 진척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단기외화자금 한도는 현재 분기 평잔 기준 6억 달러다. 해외자산 회수로 발생하는 달러를 일시 예치했다가 투자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정됐다. 연금이 회수한 달러를 매도했다가 신규 투자를 위해 다시 사면 불필요한 거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는 만큼 이를 방지 하기 위한 조치다.
단기자금 한도가 확대되면, 환전을 거치지 않고 더 많은 자금을 유보했다가 다시 투자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연금은 기획재정부에 한도 상향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재부의 입장은 미적지근하다. 연금이 기존의 한도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연금 관계자는 스와프 시장을 통한 달러 조달과 단기외화자금으로 미국의 단기채권을 매입해 두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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