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換市 선진화 첫발-②] 기대반 우려반…'우보만리' 대장정
  • 일시 : 2021-12-21 10:13:01
  • [내년 換市 선진화 첫발-②] 기대반 우려반…'우보만리' 대장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외환 전자거래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서울외환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거래 환경이 선진화되고 유동성이 늘면서 오랜 시간 정체된 외환시장에 도약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나 거래 주도권의 상실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

    대고객 전자거래만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외환당국은 전자거래를 포함한 선진 시장으로의 전환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부작용에 치밀하게 대응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소의 걸음으로 만리를 간다는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자세로, 서두르지 않겠지만 꾸준히 바꿔 나가겠다는 것이다.

    ◇오래 걸린 변화의 첫걸음…부작용 꼼꼼히 대비

    국내 전자거래의 첫걸음은 기업 등 고객과의 거래를 전화 주문 방식에서 전자플랫폼(API)으로 옮기는 차원이다. 단순하게 보면 기존에 전화로 받던 고객 주문을 웹기반으로 전환하는 수준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API를 기반으로 은행은 물론 다양한 기관에서 생성한 호가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알고리즘에 따른 고빈도 거래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글로벌 환경에 비하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FX올(FXall) 같은 글로벌 플랫폼처럼 다양한 주체의 호가 정보를 한데 모아 고객들에 제공하는 '어그리게이터' 서비스도 당장은 도입하지 않는다. 은행 간 시장에서의 차액결제선물환(NDF) 전자거래 등도 허용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의 변화도 첫발을 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외환당국의 관계자는 약 10년 전에도 전자거래 도입을 검토했었지만, 무산됐던 바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외환시장의 변화에 대해 극히 보수적이었던 탓이다. 시장 안정을 유지하면서 선진 시장 수준으로 거래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외환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대고객 전자거래를 시작으로 보완할 점을 메워가며 순차적으로 선진화 기조를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대고객 전자거래에서 나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꼼꼼한 대비를 했다.

    핵심적인 사항은 외환시장 행동규범에서 알고리즘 거래가 일정 규모를 넘지 않도록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구체적인 한도는 미정이다. 향후 알고리즘 거래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등을 봐가며 한도 설정 여부나 규모를 논의해갈 계획이다.

    고객의 주문을 은행이 최종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라스트룩' 조항도 만들었다. 이상 거래 발생 위험을 은행들이 한 번 더 점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스템상의 오류 등으로 이상 가격에 체결된 거래는 취소할 수 있는 조항도 마련했다.

    ◇기대와 우려 공존…거스를 수 없는 대세

    API 도입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우려도 작지 않다.

    고객 거래의 활성화로 은행간 시장의 유동성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환시의 변동성도 줄일 수 있는 요인이다. 외은지점 중심으로 현물환 기반 NDF 호가를 제공할 경우 글로벌 펀드를 포함한 역외 투자자들의 거래 등을 역내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정반대의 상황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은행이나 금융투자기관의 투기성 알고리즘 거래가 시작되면 예상치 못한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은 아니지만, NDF 전자거래 허용 등을 포함해 역외 시장에서의 거래 제약이 더 풀릴 경우 이런 위험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미 NDF 시장에서는, 촘촘하지 못한 호가에도 알고리즘에 기반한 고빈도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물환 기반으로 NDF 호가를 제공할 경우 스와프 가격의 급변동 시 현재의 EBS 기반한 호가와 가격 차가 벌어지면서 아비트리지 거래가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점이 쓸 수 있는 포지션 한도가 정해진 상황에서 역외 물량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나아가 시중은행이 글로벌 은행과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지도 적지 않은 걱정거리다.

    시중은행이 국내기업 등 역내에서는 고객 기반이 탄탄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네트워크에서는 비교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자거래의 핵심 경쟁력이 될 마켓메이킹시스템(MMS)의 운용에 대한 노하우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시장 참가자들은 전자거래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그런 만큼 어그리게이트 서비스의 도입이나 NDF 전자거래 허용 등도 향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결국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API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이를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해외투자자의 외환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시간상·절차상 제약을 대폭 개선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기재부의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수준의 거래 환경을 갖추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어그리게이트 서비스의 도입 등의 추가 과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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