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물 새역사③]희미해진 지정학적 리스크…글로벌 투심 화답
  • 일시 : 2022-01-06 11:30:17
  • [KP물 새역사③]희미해진 지정학적 리스크…글로벌 투심 화답

    시장 변동성 극복 관건…대외 신인도 제고, 전방위 조달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북한은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주요 걸림돌이었다.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각돼 한국물 발행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북한의 행보를 두고 국내 발행사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배경이다.

    한국물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물 발행은 끄떡없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북빌딩(수요예측) 직전 북한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투자 수요를 확인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에 부상한 금리 리스크는 다년간의 발행 노하우로 돌파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주도 아래 한국물 시장의 외연도 확대되고 있다. BBB급 민간기업은 물론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등도 속속 외화채 조달에 나서고 있다. 달러채 진출은 물론 대만과 일본, 스위스, 호주 등 역내 시장 활용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전 8시 10분쯤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상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3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SEC Registered) 투자자 모집을 준비 중이던 한국수출입은행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북한의 행보는 그동안 한국물 시장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쳐왔다. 한국물 투자자 대부분이 글로벌 기관인 탓에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의 이슈에 더욱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도발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발행을 준비하는 이슈어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져 갔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한민국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상당해진 데다 반복되는 도발에 대한 글로벌 기관들의 피로도 역시 높아진 결과다.

    실제로 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도 한국수출입은행의 사상 최대 조달에는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지의 풍부한 투자 수요로 발행액의 2배에 해당하는 60억 달러의 주문을 확보했다.

    국내 발행사들의 조달 노하우가 상당해진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슈어들은 다년간의 발행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마저 비껴가고 있다.

    올해 첫 한국물 발행 주자로 나선 한국수출입은행은 친환경과 속도전으로 시장 우려를 격파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10년물을 그린본드(green bond)로 발행해 투자 심리를 끌어올렸다. 미국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로 장기물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꺼내 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사록 발표가 불러올 파장은 빠른 의사결정으로 회피했다. 북빌딩 도중 FOMC의 지난해 12월 의사록이 발표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발표 직전 투자자 모집을 모두 마친 배경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대표적인 한국물 발행사다. 국내 수출기업의 자금 지원 등을 위해 탄생한 만큼 외화 조달시장과 밀접한 인연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매년 수백억 달러의 한국물을 찍어내는 것은 물론 글로벌 투자기관과 탄탄한 관계 역시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주도 속에서 한국물 시장 역시 한층 성장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시장을 개척하면 국내 발행사가 이를 활용하는 식이다.

    2013년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최초로 달러화 그린본드를 찍어 한국물 ESG 채권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ESG 채권은 전체 공모 한국물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을 넓혔다.

    정규 발행사(frequent issuer)로 쌓아온 한국물 입지 역시 외형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은 수십 년간 발행을 지속하며 높은 상환 안정성을 증명했다. 이들에 대한 신뢰에 힘입어 글로벌 기관들은 AA급에 이어 A급, BBB급 한국물까지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

    투자 시장의 호응 속에서 한국물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통상 한국물 시장은 AA급 국책은행과 공기업, A급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발행세가 이어졌다. 반면 최근에는 비은행 금융기관과 민간기업 등도 조달세에 동참하고 있다.

    2022년에도 카드와 보험, 민간기업 등 다양한 이슈어가 한국물 시장을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신한카드는 이달 4억 달러 규모의 채권 북빌딩을 준비 중이다. 대한항공 역시 사무라이본드 발행 채비에 나섰다. 한국수출입은행 보증으로 크레딧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사 역시 한국물 시장을 주시하는 곳 중 하나다. 보험사의 경우 IFRS17 등의 규제 도입에 대응해 신종자본증권(영구채)·후순위채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해당 채권 투자자가 제한적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글로벌 채권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한화생명보험은 이달 말 달러화 후순위채 발행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보험사 한국물 발행은 2020년 동양생명보험의 영구채 조달 이후 2년여 만이다.

    다만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점은 극복 과제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AA급 우량 크레딧과 국책은행으로서의 탄탄한 지위 등을 바탕으로 이달 발행을 무사히 마쳤다. 반면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금융기관과 민간기업 등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주요 투자층이 상이한 것은 물론 시장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점에 시장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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